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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Apr 24. 2022

디지털 전환시대의 문화예술

디지털전환은 문화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몇 년 전 친구의 소개로 최동열이라는 미술작가를 만났다. 당시는 이런 저런 이유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 중인지라 안나푸르나와 그 주변에 관심이 무척 많았던 때이다. 작가는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늦게 그림을 배웠는데 나중에 히밀라야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그는 高山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밀랍 재료를 만들어 그림을 제작하였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경험 자산을 기반으로 후학을 양성하려는 비전에 공감하게 되었고 미술 스타트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다. 여러 기관에서 개최한 피칭과정과 직접투자유치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가 양성과 아트컨텐츠를 제공하는 ‘웨이브아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회사설립 후 초기에는 80년대 뉴욕미술을 대표한 이스트빌리지 작가의 단체전과 1세대 그래피티 전시를 기획하여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숲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 중국 순회전을 하였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으로 피봇팅(pivoting)을 추진하였다. 웨이브아이는 블록체인 기술개발회사인 IBCT와 공동 개발해온 미술 NFT 플랫폼 '리얼컬렉션'을 지난달에 오픈했다. 리얼컬렉션은 제인 딕슨(Jane Dickson), 릭 프롤(Rick Prol) 등 유명 뉴욕 이스트 빌리지 작가들의 작품들을 NFT로 독점 판매한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저마다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받아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며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NFT는 최근 디지털 예술작품에 적용하여 급물살을 타고 있다.

리얼콜렉션 갤러리 홈페이지

    대구에 권은실이라는 현대음악 작곡가가 있다. 지역에서 학업을 마치고 독일로 유학을 다녀와 후학양성과 작곡활동에 열정적이며, 매년 현대음악 연주회를 민간차원에서 기획하고 추진하여 왔다. 올해 제 29회 독일 쩨퍼닉 란드페스트슈필레 국제현대음악제에 그녀가 감독하는 현대국악 앙상블 굿모리가 초청되었다. 이 초청연주회는 대구문화재단 해외교류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독일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추진하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독일과 왕래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연주방식으로 기획방향을 바꾸었다. 즉 독일과 한국에서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연주회 이름으로 관객들을 초청하고, 한국과 독일에서 상호교차 연주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각기 다른 장소의 관객과 만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대구는 작년에도 이집트, 미국, 한국에서 동시에 모던 앙상블을 교차 연주하는 기획을 통해 디지털기반 실시간 스트리밍 연주를 성공리에 마친 경험이 있다.

제29회 독일 쩨퍼닉 란드페스트슈필레 국제현대음악제에 초청연주회


 바야흐로 디지털 전환의 시대다. 특히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문명사적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시공동체 활력이 경제적 생산과 소비중심에서 비대면 활동과 전자상거래 소비중심으로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의 욕구는 디지털 기반의 경험과 실험으로 몰려들며 공동체 활력의 진원지가 달라지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가상현실 같은 기술플랫폼에 거대 자본들이 몰려들면서 새로운 디지털기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문화 예술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앞에 소개한 두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공연, 미술, 콘텐츠, 음악, 거리예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적 실험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백남준을 비롯한 미디어아티스트나 전위예술가에 의해 디지털과 예술의 접목이 다양하게 실험되어 왔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던 실험적 전령사는 예술계가 담당했던 역할이다.      

백남준,, 1974

 지금은 그간 변방의 위치였던 디지털이 시대의 전면에서 전환적 혁신을 만들고 있다. 예술 마케팅을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기존의 큐레이터들도 지식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편편해진 세상에서 높아진 예술 수용자와 소비자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바쁘다. 자칫 실수하면 바로 인구에 회자되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지능을 탑재한 젊은 층이 문화예술계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예술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올해 대구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대구에 기증한 작품 21점을 소개하는 ‘웰컴 홈 : 향연饗宴’전을 지난 6월에 전시하였는데 여기가 BTS의 팬클럽인 ‘아미’의 성지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대구미술관을 찾은 후 BTS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RM이 유영국 작가의 ‘산’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이 게시된 뒤 BTS 팬들이 대구미술관 방문 예약을 하면서 연일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BTS 팬들은 ‘RM ZONE’에서 RM이 했던 포즈와 복장을 따라하면서 이 곳을 성지화해 버린 것이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BTS 공식 SNS 계정에 게시한 사진. BTS 트위터 공식계정 캡쳐

 MZ세대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전 세대와 많이 다르다. 아날로그과 디지털의 듀얼모드로 생활하던 이전세대 달리 태생적으로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는 쏠림현상이 뚜렷하고 위험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다. 또한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리터러시, 문화예술 양극화 같은 새로운 문화예술계의 사회적 이슈도 증가시킨다. 예술창작자나 이를 중계하는 큐레이터, 기획자, 투자자 모두가 이전 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요구한다.


 변화는 세계의 본질이다. 또한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과 미적 경험을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의 속성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다. 이 변화의 물결 위에서 어떤 실험과 미적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이것이 오늘날 문화예술계가 짊어진 큰 숙제이다. 유네스코 창의음악도시이자 수많은 문화예술 자산을 가진 대구에서 펼쳐질 디지털 기반의 문화예술 실험들을 생각해 본다. 단단한 호두 껍질 같은 도시 안에 다양성이 춤추며, 견고하고 우직하지만 변화에 두려움이 없는 매력적인 문화예술 도시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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