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르 Jul 13. 2022

디지털 아트, 어디까지 왔나?

새로운 웨이브가 오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전환이란 말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용어이다. 불과 십 년전만 하더라도 휴대폰으로 TV를 시청하고 은행 업무를 보는 하는 것이 낯선 일이였지만,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유튜브채널에서 인기있는 어르신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디지털전환을 만드는 기술은 이제까지 익숙했던 것들을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와해적인(disruptive)’ 특징이 있다. 이런 와해적인 디지털 기술은 비단 산업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세계에도 그 영향력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불과 십삼 년만에 일만년동안 인류의 이동 수단이었던 마차를 거리에서 몰아낸 1913년도 뉴욕 5번가 풍경처럼 생경하다

1901년과 1913년 뉴욕 5번가 거리. 13년만에 인류이동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변화


사람의 감수성은 시대를 따라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감정과 사상을 전달해야 하는 예술가 입장에서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은 늘 필요하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을 창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사실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은 그 어원이 동일하다. art(아트)의 어원은 라틴어 ars(아르스)에서 온 말이며 ‘숙련된 솜씨’를 의미한다. 그런데 ars는 그리스어 techne(테크네)를 번역한 말이다. techne는 인간정신의 외적인 것을 생산하기 위한 실천을 의미했다. 예술과 기술은 오래전부터 구별되지 않았으며, 둘 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만드는(術) 기능을 표현하는 말이다. 


정연우 <2616 오토너머스 모바일> 서울문화역(2017):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기록한 코덱스에서 찾아낸 미래자동차를 형상화한 것으로 예술과 기술의 같은 궤적에 있음을 보여준다


예술 발전의 역사는 예술작가들이 다루는 새로운 도구(media)를 내재화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모든 시대의 예술가는 당대의 최첨단 기술을 예술에 반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르네상스시대 원근법과 유화의 등장,  16세기 한스홀바인 같은 작가가 사용했던 왜곡거울과 렌즈, 17세기 화학 기술 발전에 의해 다양해진 색재료, 18세기 동력기술, 19세기 사진과 튜브물감, 20세기 텔레비전과 컴퓨터, 21세기 소프트웨어기술(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시대마다 등장한 당대의 새로운 기술은 예술세계를 다채롭게 하였다. 예술가에게 주어진 운명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술과 미디어를 사용하여 미적 형식으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화된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는 세대는 늘 새롭게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아트와 디지털 아트

사진, 전화, 영화 등의 발명과 함께 이런 신기술들을 활용하는 예술을 미디어 아트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융합예술, 매체예술로 번역된다. 1960년대 텔레비전과 방송의 등장으로 대중매체가 도래한 이후에는 위성방송, 인터넷, 웹사이트, 컴퓨터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CD-ROM, DVD,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미디어 아트는 사용하는 재료, 기술, 작동방식에 따라 키네틱 아트, 인터렉션 아트, 웹아트, 넷아트, 데이터 아트, 로봇틱 아트, AI 아트, HCI 아트 등 다양하게 불려진다. 이 중에서 컴퓨터나 인터넷 등을 활용하고 탐구하는 예술을 ‘뉴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로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뉴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는 새로운 매체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일 뿐,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와 뚜렷히 구분되어 사용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컴퓨터나 인터넷 등을 탐구하는 뉴미디어 아트 중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조하는 예술을 특별히 구분하여 ‘디지털 아트’로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아트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조하지만 소프트웨어 자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물리세계 미디어(물리적인 전시 공간, 가상공간, 메타버스 공간, 다양한 정보통신 디바이스)와 결합하여 협업적인 미적형식으로 표출한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다. 

미디어 아트라는 말은 매우 광의적이고 모호한 용어이다. 넓게는 퍼포먼스나 바디 아트 역시 미디어 아트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용어 정의의 모호성은 관련 예술이 현재 진행형으로 발전하는 측면도 있고, 관련 작가, 관객, 대중, 평론가, 예술시장 등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도 있다. 이는 다양성과 혼종성이 강조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문화의 일면이기도 하다. 실제 어떤 미디어를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욕망, 감정, 사상을 얼마나 유효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시되는 시대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의 4대특징과 디지털 아트의 범위


여러 예술이 혼재되어 있는 미디어 아트는 현대예술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있다. 미디어 아트의 특징은 혼종성(수단), 자율성(주제), 상호작용 참여(수용자), 창의적 연대(작업 방식)로 대별된다. 이런 특징들은 기존 예술 세계에서 강조한 장르, 주제, 작가 중심에서 수단, 표현방식, 수용자 중심으로 중심축이 옮겨짐을 의미한다.


 이런 특징 가운데 미디어 예술이 기존 예술과 가장 대별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이다. 전통적인 예술, 즉 회화나 조각은 정적인 제작물로서 심리적 상호소통이 우선적인데 비해서 미디어 아트는 대중매체를 이용함으로써 심리적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인터페이스를 통한 물질적인 상호작용도 일어난다. 대중과의 소통도 은유적인 것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바뀌었다. 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미디어 아트는 단순한 예술을 넘어서 예술의 일상화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아트를 만드는 빅데이터인공지능블록체인 

디지털 아트를 위한 세부적인 기술들을 좀 더 살펴보자. 먼저 인공지능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 발매되어 판매되며, 로봇 예술가 에이다(Ai-Da)처럼 스케치를 하거나 시를 쓰는 구글의 AI작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예술에서 가장 떠오는 이슈는 인공지능 예술의 창작성에 대한 논란, 인간작가와 협업하는 문제일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에게 되먹임한다.

로봇 예술가 에이다(Ai-Da)가 작품을 만드는 모습

빅데이터는 수집·저장·인식·가공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미디어 아티스트에게는 이야기거리가 풍부한 작품의 소재이자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다. 예술가는 데이터를 가공해 메시지를 표현할 때 사실적 정보를 넘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활동 중인 샘 하인스(Sam Hains)는 작품 ‘Zero Likes(2017)’에서 인스타그램 소셜데이터에 AI, 머신러닝을 접목해 아무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사진들을 찾아 대신 ‘좋아요’를 눌러주면서 SNS 사회 속 현상 실험을 진행했다. 루이사 부파데시(Louisa Bufardeci)는 ‘The Sea Between A and I(2015)’ 작품을 통해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침몰한 난민선의 위치를 추적해 깊은 파란색으로 자수를 놓아 내전에 내몰린 난민들의 비극을 표현했다. 데이터를 이용한 예술은 데이터의 시각화 문제, 그리고 편향성을 가진 데이터와 수집·저장·가공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데이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루이사 부파데시(Louisa Bufardeci)의 The sea between A and I(2015)

위의 작품은 루이사 부파데시(Louisa Bufardeci)의 The sea between A and I(2015)로 호주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바다를 반영한 8개의 이 이미지는 구글 어스에서 가져왔다. 추상화된 이미지는사람 또는 사람의 일부를 표현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예술작품의 창작성에 개입하여 직접 제작하는 기술은 아니다.  블록체인이란 데이터들을 체인 형태로 연결된 블록에 저장함으로써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열람하면 연결된 누구나 그 결과를 알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디지털세계에서 하나뿐인 예술작품으로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그림이나 영상 같은 디지털 파일에 적용하면 복제가 너무나 쉬운 디지털 예술 작품에도 나만의 소유권을 붙일 수 있다. 바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NFT(Non-Fungible Token) 기술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증명하고 복제할 수 없도록 해준다.

ARTE META & HACKATAO의 'SPIRIT FOREST' INCANTO, 2022

위의 작품은 디스트릭트와 크립토 아티스트 해카타오와 협업한 것이다. 아르떼메타는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인 수풍지화 4개 원소를 조합해 ‘Spirit Forest’ 세계를 구축하고, 땅의 정령인 ‘사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외에도 클라우드나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 등이 디지털 아트 기술로 활용되고 있으며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함께 활용할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알고리드믹 아트(Algorithmic art),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라이팅(Lighting),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 키네틱 아트(Kinetic art), 로봇(Robot) 등이 최근 미디어 아트 용어들과 함께 사용되면서 디지털 아트의 영역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지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아트콜라보 정신이 중요하다.

디지털 아트의 핵심은 과거나 이념은 보여주기보다 실시간으로 현재를 보여주는데 있다. 그래서 현대(contemporary) 디지털 아트는 ‘특정 시간을 떼어내어 보여주는 예술단계’를 넘어 ‘언제 어디서나 현재를 보여주려’ 한다. 한편 현대 디지털 아트는 공간뿐만 아니라, 순차적인 시간 개념까지 디지털을 기술을 통해 편집이 가능하므로 예술가의 극단적인 창작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아트를 창작하는 사람은 혼자서 모든 작품을 만들어내는 자기완결성을 가지기 어렵다. 오히려 공학자, 정보통신 기술자, 예술가의 콜라보를 통해 훌륭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상호교감(HCI), 나아가 인간과 AI같은 소트트웨어 엔진과 협업이 중요시 된다.  이런 협업이야 말로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가진 최대 약점인 편향성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