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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Mar 27. 2022

11.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도시들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시티 기술의 명암

 이달 초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의 종료를 선언하기 위한 조건들을 검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도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 3월 18일을 지나며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어 2년간의 기나긴 터널이 종점에 가까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코로나는 대면상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Hybrid)이라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개척하며, 도시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의 대의명분을 분명하게 제공해 주었다. 동시에 도시의 리더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전들에 대하여 디지털을 활용한 해결책을 분명히 제시할 책임도 주어졌다.


새로운 시대의 도전은 대체로 명확하다. 인공지능 기반 도시관리로 인한 감시사회문제, 지구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문제, 늘어나는 세계인구 대비 감소하는 북반구 인구에 대한 자원과 자본의 불균형적인 분배문제, 그리고 출몰시기가 빨라지고 치명성도 높아진 전염병에 대한 도시적 대응 문제들이 근접한 미래에 닥칠 일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디지털기반 스마트시티의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몇 번에 나누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스마트도시 인공지능 솔루션의 문제들

 오늘날 인공지능을 이용한 도시의 문제해결은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은 코로나 같은 재난에 대한 회복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후변화 대응 같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노숙자와 관련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도시의 녹지가 어느 지역에 더 많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것이 공기의 질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도시과학 영역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와이파이나 GPS 위치 추적기 등 지리적 위치정보를 알릴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축적된 많은 정보들을 이용해 자연재해의 영향을 미리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감각 기능별로 각기 다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음성인식과 영상비전 영역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비전기술은 과거 이미지상에서 사전에 정의된 특정 상황만 판독 가능한 룰베이스 기반의 기술이었으나 딥러닝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미지 내 공통된 특징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추출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일정량의 학습데이터만 있으면 인공지능은 이미지 내 물체를 구분하거나 영상 내 다양한 이상상황을 판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강점으로 비전AI 기술은 CCTV 확산에 따라 영상과 이미지 수집이 용이한 치안·방범, 교통, 산업안전, 리테일, 농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CCTV를 통해 수집한 교통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 기술기반 흐름 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람들의 안면인식을 통해 범죄자를 식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여기 스마트시티 기술을 도입하는 도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20년 8월 영국 항소법원은 인권그룹인 '리버티'(Liberty)가 제기한 소송에서 경찰의 안면인식(face recognition) 기술사용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런던과 사우스 웨일스, 레스터셔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을 시범 도입했다. 감시 차량을 통해 주변 대중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경찰이 갖고 있는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qyGHZtHwG8)

영국경찰성의 안면인식 장치


안면인식 기술이 시민 안전을 개선하고, 경찰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등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는 인공지능 기술은 전체주의적이며 경찰이 대중의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안면인식 기술이 흑인이나 소수민족에 차별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정보보호법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DNA나 지문채취와 달리 안면인식 기술사용 및 데이터 수집이 특별한 규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안면인식 기술과 관련한 영국 항소법원의 이 판결은 전 세계 최초 판결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 쇼핑센터 앞에서 열린 경찰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 반대 시위

◆ 데이터기본법과 인공지능기본법

 데이터 관련법들은 스마트시티 기술 개발과 적용에 영향을 준다. 한국은 2020년 8월 데이터 3법이라 불리는 개인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통과로 데이터 활용의 지표가 마련되었다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1년 9월에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2022년 4월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의 개념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정의하여 개개인에게 데이터의 소유권이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접근을 위해 국가 데이터 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데이터 소유자의 권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신설하였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생산, 유통, 거래를 촉진할 뿐 아니라,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의 창업, 전문 인력 양성,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데이터기본법이 데이터를 경제적 재화로만 바라보는 편향된 관점에 기반하고 있어, 개인의 민감한 정보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는 자칫 유럽연합(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정성 결정은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이 EU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역외로 이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심사 절차다. 이때 GDPR과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동등하다고 평가되는 국가의 경우 다수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데 한국은 앞서 두 차례 GDPR 적정성 결정에서 탈락했다가 21년 3월 가까스로 적정성 평가에서 초기결정 단계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현재 유럽은 로봇과 인공지능을 위한 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2021년 4월 21일 「인공지능에 관한 통일규범(인공지능법)의 제정 및 일부 연합제정법들의 개정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였다. 법안 자체는 미・중에 AI 기술 내지 플랫폼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보호 무역적 규제 체계가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에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의 위험성을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유형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높은 리스크 단계부터는 AI기술이 사용하는 데이터의 획득과정과 변용, 폐기까지 과정에 대한 적합성을 승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와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시티는 앞으로 여러 가지 고려사항에 직면하게 된다. 스마트시티 기술사용을 통한 다양한 창의적 산업과 서비스가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개인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가운데, 스마트시티를 설계하는 하는 관계자는 양질의 도시 데이터 확보를 위한 체계적 접근과 표준화, 무엇보다 개인정보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 3. 27)

■ 참고

1. 영국 항소법원, "경찰 안면인식 기술 사용은 위법판결 (2020.8.12, 연합뉴스)

2. 스마트도시를 완성하는 'AI 영상보안 기술', (2020.11.06. 전자신문) 

3. 빅데이터도시 위기 해결 방안으로 급부상 (2020.12.04., 사이언스타임즈)

4. 데이터기본법 통과되면 GDPR 적정성 결정은 어떻게?  (2020. 12. 29, 디지털데일리)

5. 데이터 경제의 시대데이터 기본법 통과의 의의 및 전망, (2021년 11월 15일, 네플라)

6. 'EU 회원국 개인정보한국으로 이전·활용 가능해진다,  (2021.03.30., 매일 경제)

7. 데이터경제 새 국면 여는 데이터기본법"공공 제외돼 디지털전환 한계" (2022-01-02, 아주경제)


8. 김화종, 딥러닝시티스마트 시티의 빅데이터 분석 프레임워크 제안 (2017, 정보화정책 제24권 제4호)

9. 황명화 외, 도시관리를 위한 인공지능기술 도입방안 연구, (국토연구원, 2018)

10. 이보연,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관련 입법 동향을 통해 본 시사점, (2019 법학논문집 제43집 제2호)

11. 고학수외, 유럽연합 인공지능법안의  개요 및 대응방안, (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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