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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Aug 16. 2022

ABB, 지역 경제의 코너스톤이 되려면

최근 지방정부들은 ABB 즉,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블록체인(Block Chain)로 뜨겁다. 광주는 인공지능 집적단지를,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와 거래소를, 대구는 데이터허브 구축을 각각 지역의 역점사업으로 내세우며 국가 예산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대구시는 한발 더 나아가 ABB를 민선 8기 지방정부의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행정조직을 개편하였다. 4차산업혁명과 도시 디지털화의 핵심 요소인 ABB에 대한 정책적 관심에 대해 지역 ICT산업을 육성을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써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ABB가 행정과 산업을 혁신하고 힘있는 지역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별적인 방향을 서정하여 집중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우선 ABB의 개별 요소들이 상호되먹임 하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ABB는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하부 기술영역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른 밸류체인 특성이 있다. 즉, 소재·부품·모듈·시스템·완제품·서비스로 연결되는 기존 가치사슬망과 달리, ABB를 포함하는 소프트웨어산업은 내부 요소들이 상호간 되먹임(feedback)하며 가치를 만들어 낸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AI는 빅데이터를, 빅데이터는 블록체인을,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상호의존하며 서비스 밸류체인을 형성한다. 그래서 현재 각 지역에서 ABB를 하나씩 따로 떼어내어 프래그십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둘째, ABB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ABB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지역경제 활력도는 낮아진다. 이미 디지털화를 빠르게 진행한 독일, 미국에서 ABB가 기계, 자동차, 섬유 등 전통 제조산업의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산업뿐만 아니라 단순 서비스산업도 빠르게 ABB 기술로 대체되어간다. 이는 1980년대 정보화 물결이 밀려올 때와 비슷하다. 회사의 삼십명이 수기로 하던 회계업무를 이제 소프트웨어 하나로 가능하다. 현재 ABB기술의 고용대체율이 눈에 띄지 않고 또 일부 산업은 고용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기존 일자리 인력와 새로운 기술관리 인력이 잠깐동안 병존하면서 생기는 착시 현상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없지만 ABB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미래 일자리 중 60%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도 “2016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약 65%는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의 등장 속도는 느리고 신기술의 발전속도는 상상이상이다. 늘어나는 일자리보다 ABB에 의해 대체되는 일자리는 늘어나고 그 격차도 기술발전속도에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셋번째 문제는 ABB 인력의 손쉬운 이동성이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에는 인력의 선순환이 중요하다.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인력 수공급에 있어서 선순환이 필요한데, 지방으로 갈수록 오히려 악순환이 심화된다. 지방 기업에 필요한 인력은 대학에 의존하고, 고급인력에 대한 기업의 유인책은 한계가 있다. 인력양성에 대한 지방 대학과 산업의 목적이 상이하고, 기업의 인력 수요와 제공하는 처우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나아가 지역기업은 새로운 세대가 요구하는 처우와 임금 외에 청년문화접근성, 직업의 횡적이동 가능성 등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력 수급의 벽은 높아만 간다.                    


네 번째로 ABB가 가진 플랫폼적인 특성이다. 플랫폼은 승자독식 구조(winner takes all)로 산업을 이루는 기업 개체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뚜렷하다. 지역에서 ABB를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와 달리 핵심 공급기업은 수도권에 존재하며 지역은 파일럿 시장으로 전락한다. 지금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이나 인공지능 서비스 사업의 공급기업은 대부분 수도권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작업자 없는 공장과, 지방 밖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된 긱(gig) 노동자만 남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다섯번째로 ABB 요소별로 우려되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점과 싸워야 한다.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 가능성, 개인정보보호 문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관리, 현실 실물경제와 다투고 있는 가상화폐문제, 디지털소외 등 수없이 많은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현재 존재한다.                     

이상과 같은 문제로 인해 지역에서 ABB 육성은 정치한 전략아래 추진되어야 한다. 프로파간다만와 의지만으로 부족하다. 선행한 광주 AI육성사업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2018년부터 지금까지 4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공급이 없으면 자생하기 힘들고 현재 몇 개의 인프라만 덩그러니 남는 상태다. 자칫하면 지방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은 예산투입없이 자생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산업복지정책으로 전락해 버린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설정이 필요하다.  


첫째 전략은, 산업구조의 질적 개편과 ABB 신시장 창출 이다. 지역내에 ABB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극소수인 상황에서 ABB 자체를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역내 공급기업을 늘리기 위해 역외 ABB 연구소 기업을 적극적으로 이식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ABB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장 창출형 사업을 공급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시티를 확산사업을 추진하여 지역 ABB기업의 기술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기업이 가지고 있는 ABB 요소들이 번들링하면서 새로운 시장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전통산업도 ABB를 통한 디지털화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전통산업 자체에 ABB역량을 확보를 지원하는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ICT산업 정책에서 수요와 공급을 나누어 육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BB를 내재화(embedded)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통기업에 데이터를 축적하는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기업을 데이터 공급비즈니스로 이끌어내는 신뢰기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두번째는, 디지털화에 빠져나오는 인력의 전환을 책임지는 프레그십 프로젝트 공급이다. ABB를 통한 지역 경제에 활력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ABB관련 육성정책을 추진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프로젝트를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ICT산업 자체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잉여 노동력을 흡수하는 지역에서 선도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ABB에 의해 대체되는 인력을 흡수하고 산업인력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인력양성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최근 프로젝트인력양성, 실무형 인력양성 , 휴스타 인력양성 등 기업과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 의존도가 크다. 대학은 양성한 인력에 대한 공급만 책임질 뿐이다. 책임의 경계를 넓히려면 민간기업 혹은 전문 에이전시의 권한을 많이 주어야 한다. 프로젝트형 전문인력 양성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디지털화에 따른 밀려나는 중간계층의 인력에 대한 전환 쿠션정책이 필요하다. 전환교육, 전문기술 리터러시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ABB 개별 요소별 특성을 살려 지역맞춤형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확장성과 이식성이 높은 ABB 기술의 특성 때문에 지역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일지라도 도시는 공간만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기반 도시비서 개발, 실시간 지역 데이터를 확보할수 있는 다양한 채널 공급, 대구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형 서비스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사업의 지역적인 차별화 뿐만 아니라 지역에 락인(Lock-in)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건강한 ABB 산업생태계 구현이다. 이미 대구는 제2의 판교라 불리는 SW융합산업생태계를 수성알파시티에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어 ABB를 통해 산업생태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정된 도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학과 지원기관의 중복성과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진흥기관을 중심으로 자원투입 의사결정과 기관별 사업성과책임제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원기관도 새로운 혁신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행정처리 전문 기능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ABB 요소별 전문성을 확보하고, 시장창출형 전문 기획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모퉁이 돌(코너스톤)은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기둥을 받치는 역할을 한다. 경제(Economy)도 그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어(헬라어)  '오이코스(oikos, 집)'와 '노미아(nomia, 관리)'에서 유래하였다. ABB는 지역 경제를 받쳐주는 모퉁이 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ABB가 산업과 행정혁신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그 명암을 잘 구분하는 혜안과 지혜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급변하는 디지털환경에서 도시 경제를 혁신하는 변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ABB로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워지는 도시, 국가 경쟁력을 드높아지는 도시가 되길 소망해 본다.


<참고>

1. AI로 대체되는 일자리, AI로 채울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2021)

2. 디지털화·탈탄소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선진국은 어떻게 대응하나 (한겨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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