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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Jan 30. 2023

왜 똑똑한 도시, 따뜻한 공동체인가

새로운 스마트시티의 등장 배경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기술을 적용하여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마트시티도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의 사회적 쓰임새, 기술의 편의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사회적 요소,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기술적 활용 등이 그것이다. 기능과 성능향상 중심에서 바라보던 도시와 기술의 관계에서, 도시공동체라는 사회적 요인이 가미된 도시와 기술의 관계로 전환하는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1. 기술 진화의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21세기 기술혁신의 방향은 ‘편의, 효율, 정복’으로 상징되는 지난 세기의 문명화 기술(Civilization)에서 인간에게 잠재된 본성을 지원하는 인간중심 기술 (Human-Centered)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의 방향전환에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누군가를 돌보고(Care), 무언가 만들며(Craft), 이치를 깨닫고(Cognition), 때론 창조적이면서(Creative) 복잡성(Complexity) 문제를 다루는 존재라는 관점이 녹아져 있다.

2019년 11월, 글로벌 IT컨설팅회사 Gartner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난 기술분류체계를 제시한다. 말하자면 IoT, block-chain, big-data 등 단위 기술 차원이 아닌, ‘인간 중심(People-centric)’과 ‘스마트 공간(Smart Spaces)’ 범주로 분류하면서 인간을 기술 전략의 중심에 두기 시작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간중심 기술은 인간의 반복적인 작업을 도와주고 시민들은 창의적이고 복잡한 일에 더 집중한다. 인간중심기술은 기술과 사람의 지능적인 교류, 인류 지속가능과 번영, 도시화와 탈도시화 모두를 만족시키는 유비쿼터스한 기술 기능을 담당한다.


2. 기술의 사회화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기술과 사회 변화의 양극화현상(polarization)이 심해지고 있다. 즉 이전 기술을 무화시키는 와해성 기술의 출몰 시기가 빨라지고, 각 세대별로 어떤 사상을 가지느냐 가 아니라, 특정 세대가 어떤 플랫폼과 도구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해진다. 노는 플랫폼이 다르기에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유통되고 세대별 분화는 격화된다.

기술개발 자체가 목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시대에서 인간·공동체를 위한 기술이 요청되는 시대로 바뀌면서 니치(Niche)에서 레짐(Regime)으로 전환(transition)이 만들어지는 기술사회화 영역이 중요해졌다.


3. 전환의 시대, 혁신의 방향이 중요해졌다.

혁신의 보편적인 정의는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새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혁신 방법론이 제시되고 사용되었다. 기존 방법론이 작동하던 시대가 저물었으며 혁신은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사실 전환은 혁신을 배양하는 그릇이다. (전환적 사고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책상물림들의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원래 혁신은 전환이다.)

Transformation은 전환적 사고에서 나오며 전환적 사고는 당연하게도 이전과 다른 잡종성, 융합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기술혁신은 당대의 사회적 요구(혁신)를 반영하며 나아갈때 새로운 레짐을 만들며 데팍토( de facto)로 올라간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혁신중에 시대의 전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혁신이 있었던가! 다만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전환의 방향이 무엇 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환의 방향과 가치를 만듦에 있어, 사회적 원칙과 그 숙의과정, 그리고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 사회공동체에서 가장 큰 방향은 ‘지속가능성’일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세가지 시스템(경제,민주,위기관리)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세대, 지역, 젠더 등 개별화된 문제 의식과 waving agenda 수렴하고 정리하는 절차에 대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참여 및 시민주체의 역할에 대한 거버넌스도 명징화 해야 한다.

현재까지 혁신 방법론을 종합하면 아마도 ‘변증법과 모순지향, 에자일, 실험과 피드백을 통한 점증’이 될 것이다. 점증은 과정이고, 과정중에 synthese가 반복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systhese를 위한 anti테제의 설정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한 미지의 영역으로 한발 내 딛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anti가 아니다. 미래와 방향을 추정하는 방식에서 인간이 가진 상상력과 호기심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모방이나 묘사, 경험 그 무엇이 되든 인간의 positive impact기반에 상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테제를 만든다. 이점에서 전통적인 변증법의 anti테제와 다르다. 전통적인 변증법은 진리로 받아들이는 테제를 중심을 출발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추격 혁신밖에 만들지 못한다. 모순지향 테제를 바탕으로 대항하는 새로운 테제를 만들고 이 둘을 껴안는 새로운 synthese를 만든다. 이것은 마치 incremental한 혁신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 radical한 혁신을 내포하며 진화하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다.

이렇게 상상력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테제를 만들 때, 일체의 의심을 던지고 두려움을 직면하며 깜깜한 어둠 속에 한발 더 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용기야 말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고귀한 선물이다. 공동체가 혁신을 만들려면 바로 이런 어둠 속에 한 발 더 내 딛는 용기를 지지하는 든든한 배경과 제도, 장치가 준비해야 한다.


4. 모순지향의 혁신 가능성 증대

 혁신이란 무엇인가? 때를 따라 변하는 것이 있고, 영원히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해 아래 영원한 것이 없다. 영원한 것과 영원한 것에 대한 저항의 변주로 변화와 혁신, 진화가 이루어져 왔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오늘날 발표되고 있는 지속가능 기술의 대부분은 이전 것과 모순되는 기술이다. 개발과 효율중심에서 생태중심으로 전환이다. 이전의 기술을 무화시키는 와해성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등장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도시와 기업, 개인은 이러한 와해성이 던지는 시대적 어젠다를 어떻게 올라타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전에 모순적으로 보이던 단어들이 와해성 기술로 융합되어진다. 가령 민주적이면서 분산적이다라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지만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 System) 기술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그것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의사결정체제’인 분산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분산민주주의 기반의 대전환시대에 중요한 것은 시민의 민도의 수준을 높이는 일(디지털 리터러시와 담론을 해석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깨시민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 민주주의란 그 시대 시민의 수준에 달린 것이다. 인간의 나약성과 불완전성으로 인해 모두들 ‘백마탄 초인’을 등장하여 모든 모순적인 상황을 혁파할 것을 기대하지만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된 편편해진 오늘날 세계에서 그것은 한낫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 담론에 예민하고 그 지식을 축적하여 모순지향(모순을 껴안는 제3의 길을 만드는)의 탈추격을 할 수 있느냐가 도시공동체 혁신의 요체이다. 시대 담론을 캐치업하는 수준에서 담론을 주도자가 되는 방법, 한국사회는 이미 알고 있으며 경험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둠속에 한발 내디디며 제3의 길을 만드는 용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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