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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Feb 01. 2023

챗지피티, 도시에게 혁신을 묻다

ChatGPT로 앞당겨진 스마트시티 혁신

2023년 시작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챗지피티(ChatGPT)라는 기술이 있다. ChatGPT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 ‘오픈AI연구소(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엔진이다. 2022년 11월 30일 출시된 이래 5일만에 단숨에 100만명 가입자를 돌파했다. 동일한 숫자에 도달하기까지 넷플릭스는 3.5년, 페이스북이 10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오픈AI연구소는 그동안 텍스트 명령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달리-2, 인공지능 언어모델 지피티-3, 다국어 음성인식엔진 위스퍼(whisper) 등을 선보여 왔다. 지피티(GPT)는 ‘언어 훈련된 생성적 전환자(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어로 딥러닝을 이용해 인간다운 텍스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훈련된 자기회귀적인 언어 모델이다. 즉, 어떤 텍스트가 주어지면 다음 텍스트가 무엇인지 예측하며 글을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이다.
오픈 AI연구소의 Dali-2로 만든 작품


챗지피티는 OpenAI에서 만든 대규모 언어 예측 모델인 ‘GPT-3.5’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GPT는 어떤 텍스트가 주어지면 다음 텍스트가 무엇인지 예측하여 인간다운 텍스트를 생성하는 딥러닝 모델이다. 챗지피티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백만개의 웹데이터를 기본으로 학습하고, 상대방의 이전 대화를 기억하며 대화할 수 있다.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언어적인 순서를 비교적 정확하게 나열한다.


 ChatGPT 등장 이후 세계 여기저기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교수가 시험에서 ChatGPT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학생이 교실에서 답변을 직접 손으로 쓰게 하거나, 학생은 교수들의 강의 계획이 ChatGPT로 작성된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한다. 현재 수많은 일반사용자와 개발자가 베타테스터로 참여하여 ChatGPT 학습역량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학술잡지 출판사인 엘스비어는 ChatGPT를 논문의 저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논문을 이 달에 실었다. 한편 Nature나 Science저널은 논문저자의 책임성 문제로 논문저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민간 기업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일찌감치 10억 달러를 오픈AI연구소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100억 달러 추가 투자와 비즈니스 연동 계획을 발표하였다. 검색엔진시장에서 구글에 밀려왔던 자사의 빙(bing)에 ChatGPT를 탑재하여 오는 3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ChatGPT은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GPT는 기존 스마트시티 기술보다 더 직접적으로 도시와 시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ChatGPT는 인간이 지식을 습득·보유·유통하는 과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체인지 메이커다. 학교라는 제도교육을 통해 지식(knowledge)을 축적하고, 실전 경험과 결합하여 지혜(wisdom)를 얻는 현대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특히,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활용하며 신분과 계급을 유지하는 "보편적 지식 보유자"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법률, 세무, 약업 같은 일부 전문지식 영역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현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능의 단계별 프로세스를 추적하면 data-information-knowledge-wisdom-inspiration으로 연결이 확장됨을 알수 있다. 인간 주체로써 앎(knowing)에 대한 노력의 방점이 knowledge에서 inspiration을 통한 ideation으로 넘어간다. ideation의 되기 위한 네가지 조건은 novelty, variety, quality, quantity 인데 결국 학습의 지향점도 이 네가지가 되어야 한다.   
DIKW 모델. (데이비드 와인버거)

 도시 관점에서 보면 기술수준에 머물렀던 인공지능이 생활수준으로 보편화되면서 시민의 삶과 노동환경, 도시공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반복적인 지식노동은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는 워크플로우가 형성될 것이다. 제조산업에서 첨단기계가 등장하면서 생산노동자들이 대거 이동하였듯이, 지식산업에서도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무노동자의 대량 이동이 불가피하다.

 지식을 획득하는 사회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지식노동자의 이동거리가 감소되면서 재택근무 혹은 집근처 워크플레이스에서 근무하는 노동환경으로 바뀐다. 이로 인해 직업·주거·놀이·교육 공간이 15분 거리 내에 응집하는 “초고밀 집적환경”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행정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공공서비스 요구가 늘어나고, 시민이 행정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행정 거버넌스도 등장할 것이다.

직업·주거·놀이·교육 공간이 15분 거리 내에 응집한 파리 15분도시.


새로운 기술에 위한 도시의 질문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들려는 행정가나 연구자에게 새로운 기술은 늘 어려운 주제다.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효과는 어떠할지 등의 이유로 기술 도입은 주저된다. 도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도시 철학을 명확하게 세워둘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시민의 삶, 공간, 직업과 일하는 방식, 행정, 도시문제해결 방식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하고, 기술 수용과정을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철학 부재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앞선 기술을 도입하려다가 도시기능과 기술을 결합하는데 실패한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통합관제시스템을 도입했던 중국 항저우 경우에는 사람들의 행위 모델에 대한 고려없이 접근하다가 사회적 비용과 천문학적 운영비용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도시 철학이 없이 도입한 기술은 기술 실패를 넘어 도시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다.

 도시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도시의 자기 철학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도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당대 세계 도시의 시대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도시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어떻게 기술은 도시를 수용할 것인가?
 이상의 질문은 모두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수렴된다. 지속가능하다는 말은 예측가능하다는 말과 같은 울림이다. 스마트시티 운영자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기 전에 그 기술로 인해 시민 개인의 삶, 공간, 직업, 근무환경, 행정,, 도시문제해결 과정 등을 어떻게 바꿀지를 예측 분석해야 한다.  나아가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스마티시티 기술을 채택하기 위해, 도시의 개방성, 이종간 네트워크, 시민의 내재적 본질(5C)에 기여도, 실패 자산화 지원, 반복적 실험 허용,  높은 도시 사회성 지능(Society Intelligence) 등과 같은 조건들을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 공감을 성숙시키는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이 도시 내에 정착하는 ‘기술의 사회화’과정에서 초기 단계에 기술을 센싱하여 전파하는 초기 수용자(early adapter)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안된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시민과 함께 실험하는 도시가 건강한 도시다. 반대로 새로운 기술을 전문가와 얼리 어댑터에게만 맡기는 도시는 분명 병든 도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시의 준비

 ChatGPT를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는 시민에게 기대감와 불안감을 동시에 준다. 도시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시민의 디지털 문해력, 인공지능문해력(AI Literacy)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이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세상을 훈련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기반 산업전환 추진과 함께 노동의 질적 변화를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나아가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도시는 변화의 파도를 올라타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시환경 설계방식을 경제성과 효율성 중심에서 시민의 내재력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내재적인 역량이라 함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역량, 즉 누군가를 돌보고(Care), 무언가 만들며(Craft), 이치를 깨닫고(Cognition), 때론 창조적이면서(Creative) 복잡성(Complexity) 문제를 다루는 역량을 말한다. 시민들이 보다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시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즉, 직장·주거·놀이·교육 공간을 근접시켜 시민의 이동경로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연대와 포용성, 생물다양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환경을 구현한다. 도시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다중심(多中心) 도시를 구현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이동거리 최소화, 사회적 연대와 포용성, 생물다양성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

 인공지능기반의 도시 행정시스템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 시민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지능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행정은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 시민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가는 도시운영 거버넌스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현재 도시가 운영중인 챗봇서비스(뚜봇)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업그레드하고, 시민 맞춤형 인공지능 비서앱을 개발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교육환경 혁신에 준비해야 한다. 개인의 창의와 아이디어, 기계와 공존하는 기계사회화 지수를 높이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보편적 지식은 기계가 수행하고, 인간은  상황 판단에 필요한 지혜와 영감(Inspiration)을 만드는 창의력 학습에 집중해야 한다.


 챗지피티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신뢰성을 축적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가끔씩 챗지피티가 쏟아내는‘헛소리’를 탐지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눈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기술이 시민의 삶과 도시를 과격하게 바꿀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도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성 높은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혁신은 속도다. 도시가 혁신에 늦지 말자. 제대로 터치다운하자!

참고.  

Somdip Dey 외, SmartNoshWaste: Using Blockchain, Machine Learning, Cloud Computing and QR Code to Reduce Food Waste in Decentralized Web 3.0 Enabled Smart Cities, Smart Cities 2022, 5(1), 162-176   

카를로스 모레노,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근접성 혁명(the Proximity revolution for a better life in the city), 2020.3 파리

'웹 3.0(Web 3.0)'의 특징과 과제, '탈중앙화'를 꿈꾸는 미래형 인터넷

Niccolo Becattini, Self-assessment of creative performance with a learningby-doing approach: getting familiar with Novelty,Quality, Quantity and Variet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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