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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May 02. 2023

스마트시티의 공항 사용법

탄소중립과 스마트기술로 만드는 TK통합신공항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TK신공항법)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TK신공항은 새로 공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전공항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등의 이유로 신공항 설립을 자제하는 분위기인지라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부산 가덕도, 새만금, 울릉도, 흑산도, 제주 성산읍(제주 제2공항)처럼 예비 타당성 기준도 통과하지 못한 채 새로 지으려는 공항이 아니기에 동일한 기준의 비판을 듣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억제라는 국제 추세를 거스르기 어렵다. 어쩌면 세계에서 제일 모범적인 친환경 기법, 저탄소 공법 활용, 에너지와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현하는 공항 건설을 통해 세계의 모범사례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사물인터넷, 로봇, CCTV,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 서비스를 실험하고 검증된 서비스의 확산을 지원하는, 스마트시티 생태계 공항을 구현함으로써 세계 미래도시를 선도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TK신공항법)이 지난 3월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한 후, 4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대구시와 경북도, 오백만 시도민의 염원과 지역 정치권의 단합된 힘이 만든 결과다.

TK신공항특별법에는 군 공항의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 지원,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종전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이 핵심 내용으로 반영되었다. 이로써 TK신공항은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으로 전환되어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할 동력을 갖추게 되었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조감도

기존 대구공항은 도심내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지만 다양한 국제 도시 교류와 물류수송에는 몇가지 한계가 있다. 대형화·첨단화되는 현대 항공기 수요(3,800m 활주로 길이)를 감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제선 이용 승객이 공항의 처리능력을 이미 크게 초과하였다(2019년 대구국제선 이용 승객이 258만명, 처리능력 114만명). 또한 공군 군부대와 활주로를 공유하여 공항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공군전투기 F-15의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의 피해보상으로 작년 연말까지 총 5,138억원의 예산을 지불하여 왔다. 대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관문공항이 절실하던 터였다.


TK신공항은 2030년 개항을 목표로 경북 군위·의성지역 16.9㎢ 부지에 건설되며, 그 주변 반경 10km에 첨단물류 및 산업단지, 친환경 에어시티로 개발하고, 공항이 빠져나간 종전 부지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식 개발을 통해 첨단산업·관광·상업 중심 도시로 조성하는 대규모 공사다. 특별법 국회통과 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지금부터 진행되는 실질적인 공항건설과 부지개발에도 계획과 실시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성장시대 건설개발 중심 논리에서 벗어난 미래지향적인 도시 철학과 글로벌 표준과 원칙에 입각한 ‘똑똑한 도시공간’전략과 실행으로 21세기 도시중심 시대에 세계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공항과 스마트시티


20세기이후 거듭된 기술혁신으로 항공기는 공간을 압축하여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보다 빠르게 앞당기며 시간과 공간 개념을 새롭게 현실화시켰다. 특히, 지식과 물류의 연결 속도와 빈도가 중요한 네트워크시대인 오늘날, 항공운행의 거점인 공항의 존재여부는 도시경쟁력의 결정요인으로 부상하였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세계의 물동량과 이동승객은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여 코로로전 80%까지 회복하였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 도시, 국가를 더 촘촘하게 연결하면서 항공이동을 촉진한다. 디지털 기술은 세계를 더욱 좁은 세상으로 만들며 도시간 이동의 장애물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항 또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에서, 디지털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과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거점(허브)으로, 똑똑한 공항, ‘스마트 에어포트(Smart Airport)’라는 스마트시티의 축소판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코로나로 세계가 주춤하던 시기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이나 홍콩국제공항은 오히려 시설을 증설개장하며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TK신공항과 종전부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스마트시티 공간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공항

1. 신공항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스마트 공간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종전 공항을 폐쇄하고 새로 공항을 짓는 과정은 여러모로 친환경적이지 않다.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도시 철학에도 맞지 않으며, 탄소배출을 감축하려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2016년 파리에서 맺은 기후협정에 의거하여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기후행동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일환으로 각국 정부는 항공기 이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2021년 4월 자국에서 세 번째로 큰 공항인 수도 스톡홀름의 브롬마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시내에서 가까운 브롬마 공항은 국내선과 단거리 여객기가 주로 취항하던 곳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열차로 2시간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국내선 항공 운영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오스트리아도 350km 미만 거리의 항공권에 30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기차로 3시간미만으로 여행할 수 있는 국내선 항공편을 금지했다.

폐쇄된 스웨덴 브롬마공항

TK신공항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친환경 기법, 저탄소 공법 활용, 에너지 자급자족 구현 등이 가능한 공항 건설로 세계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은 3년 연속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이 가장 활발한 공항으로 선정되었다. 태양광 지붕과 캐노피를 설치해 연간 4460만 kWh의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한다. 사실 공항은 주변이 고도 제한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어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는 태양광 특화장소이다.

미국 포트워스의 뷰 다이내믹 글래스

미국 포트워스 국제공항은 상황에 따라 창문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뷰 다이내믹 글래스’라는 스마트 유리를 통해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함으로써 냉난방비를 줄이고, 승객은 편안하게 머무르며, 스마트 유리 근처의 상점은 매출도 확대하였다.


2. 스마트 공항은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구현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공항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점점 더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게 됐다. 효율적인 공항 관리를 위해서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필수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이동의 장벽을 낮추며, 효율적인 시간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가령 두바이 공항의 홍채인식 ‘스마트 터널’, 인도 켐페고우다 국제공항과 인천공항의 ‘얼굴인식 스마트패스 서비스’ 등은 수분에서 수십분씩 걸리던 절차가 단 15초면 마무리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240명 규모의 승객이 10분 만에 국제선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게 한다.

두바이 공항의 홍채인식 ‘스마트 터널’

서비스 로봇 역시 공항에서 실험되는 대표적인 스마트시티 기술이다. KLM 왕립 네덜란드 항공은 2019년에 약 40kg의 짐을 싣고 시속 4.8k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케어-E’라는 로봇을 선보였다. 케어-E에는 8개의 초음파 센서가 장착돼 있는데, 이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감지해 피할 수 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은 두 개의 터미널에 450개의 센서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승객과 수화물 관리의 효율성과 보안을 강화하고,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수요를 예측한다.

공항은 실험적인 공간을 마련하여 사물인터넷, 로봇, CCTV, 빅데이터,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마음껏 실험하고, 효과가 높은 서비스를 공항전체로 확산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공항을 스마트시티 생태계로 활용할 수 있다.

KLM 왕립 네덜란드 항공의 '케어-E' 서비스 로봇


3. 스마트 공항은 연결, 연결, 또 연결을 책임진다. 

공항은 사람들의 이동을 위해 모여들며 허브 기능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허브는 노드와 노드를 연결한다. 허브는 도시와 도시,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물리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사람과 기술 같은 추상적인 연결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연결을 위해 스마트 기술의 적용은 매우 중요하다.

스키폴 공항은 기존의 GPS로 파악할 수 없는 실내 위치를 비콘 기술을 이용하여 공항내부에서 승객과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가령 스키폴 에어포트 앱을 실행하면 탑승 수속을 밟는 곳까지 안내할 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도착이나 출발 시각에 맞추어 승객의 활동을 지원한다. 이러한 탁월한 연결 서비스를 기반으로 스키폴 공항은 이용객의 70%가 환승객이며 세계 세번째 물동량의 항공으로써 6년 연속 유럽 최고 공항 선정된 바 있다. 스마트 이동기술은 공항 내부의 공간 연결뿐만 아니라, 공항과 도심의 연결을 지원한다.

스키폴 공항에서 실내 위치 찾기

대구가 민선 8기에서 강력하게 추진중인 UAM(도심항공교통), 시속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진공관 이동체 하이퍼루프, 고속 자율주행버스 같은 스마트 이동기술을 구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스마트시티 대표도시로써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공항은 새로운 실험이 요청된다.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Friedrich Von Borries)와 베야민 카이스텐(Benjamin Kastern)이 공저한 <도시의 미래>(2020, 와이즈맵)에서 미래 도시의 핵심 키워드로 ‘공유경제, 순환경제, 지역 자산화’를 꼽으며, 공항을 전세계 사람 누구나 2년간 머물 수 있는 초국가적 자유지역으로 운영하는 경제자유특구로 지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공항을 경제특구로서 지정하여 도시의 경제적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대담한 제안이다. 매우 과격한 제안이지만 우리가 그동안 이송수단으로서만 고려하던 공항에 대한 관점을 환기시킨다. 경제자유특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공항은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실험, 도시기술기업(urban tech)의 기업투자설명회, 스마트시티 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 상담이 팝업으로 유연성 있게 열리는 복합공간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Friedrich Von Borries)와 베야민 카이스텐(Benjamin Kastern)이 공저한 <도시의 미래>


4. 종전부지는 글로벌 플래그십 공간으로 구성한다.

오스트리아 빈 시청에서 전철로 30분가량 떨어진 아스페른 제슈타트는 1970년대 공항이 폐쇄된 뒤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현재 이곳 아스페른 북동부의 호수 일대 2400만 m² 터에 주택, 사무실, 상가 등이 들어선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건물들 내부는 에너지 효율을 최대로 살린 스마트 빌딩이었다. 이 건물은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패널과 태양광 패널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태양광과 태양열 시스템의 혼합)을 통해 난방 에너지를 생산한다. 지하주차장의 공기 가열 펌프는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지열을 에너지로 바꿔 냉방과 온수, 정수에 활용한다. 입주민들의 에너지 사용은 스마트 홈 제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록된다.  

모든 에너지 자급자족하는 오스트리아의 '스마트시티' :  아스페른 제슈타트


도시에서 가용할 공간이 부족하기에 공항이전후 배후 도시 조성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경제적 자산을 높이기 위해 민간에 부동산개발로 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체계적인 장기 플랜하에서 기존 조닝(zoning)방식개발이 아닌 복합생태모듈방식(화이트 조닝)으로 배후공간을 개발해야 한다. 접근성을 고려할 때 내부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미래전환적인 실험이 이루어지는 공간, 또한 대구의 상징이 될 수 있는 플래그십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한국은 빠르게 선진국에 유입되면서 우리의 접근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다른 도시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가 세계에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을 조성하였으면 한다. 철강 제조산업의 배후지에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로 도시 전체를 재건한 스페인 북부의 작은도시 빌바오처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의 집결과 과감한 결단, 담대한 행동이 요구된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도시공간은 당대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가올 후손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당대에 모든 것을 다 만들겠다는 스스로 짊어진 책임감에서 탈피해야 한다.  ‘비어있는 판(板)’을 뜻하는 <타불라 라사 Tabula Rasa>처럼 우리가 제대로 된 종전 공간의 얼굴을 찾기 전까지 소셜픽션같은 분산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로 시민들의 생각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신공항 건설은 모처럼 찾아온 대구·경북의 좋은 기회다.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실험하고 구현하는 미래형 공항건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개방성과 활력이 넘치는 글로벌 선도도시의 초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 참고  

한국공항협회,공항의 발달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 ‘공항’, ‘교통·에너지·환경·안전’ 테스트 최적지 (2019.01.07., 월간중앙)


ICT 활용해 방치된 공항이 ‘스마트 시티’로 (2019-12-06, 동아일보)

* 네트워크는 자기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연결이 증가할수록 그 빈도는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러한 국제도시간 연결의 거점이 바로 관문공항이다.

*  20세기까지 국가단위로 물질과 비물질의 팽창을 지향하던 모더니즘 시대는 21세기에 들어서 성장경제와 세계화라는 회오리는 국가단위에서 도시라는 국지단위로 집약되었다. 도시는 (경제, 기술, 물류, 사회지원망의) 자율성과 자기 완결성을 가진 최소단위 거점공간으로 거대 세계 네트워크 시대의 노드가 된다. 특히 우리는 코로나라는 전례없는 위기상황을 겪으며 국지적으로 발생한 감염병에 대하여, 도시의 정치적 역량를 키우고 국가에 앞서 전세계적 연대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학습하였다.


신공항 건설과 탄소중립 (2022.04.19.,  환경경제신문)

* 비행기는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으로 공항이 늘어나고 항공 수요가 증가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으로 가장 많다. 승용차가 104~158g, 버스 68g, 기차는 14g으로 비행기가 버스보다 4배 이상, 기차보다 20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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