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다 공모전) 세상에 나온 내 책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by 하이에나김


‘463, 104, 9, 94, 1’

3개월 동안의 내 도전을 집약한 숫자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작가가 되기 위해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출간계약을 하기까지 과정이었다. 5만여 개나 되는 출판사들, 아내와 함께 서점을 기웃거리며 파악한 5백여 군데 출판사 연락처가 시작이었다. 그 중 에세이류 출판사 104군데에 투고를 했고, 9군데는 발송오류, 94군데는 거절 회신을 받았다.


‘출간방향과 맞지 않습니다.’

거절 메일이 쌓여갈수록 자괴감도 커져갔다. 3개월 동안 드문드문 출간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나름 정중한 거절 사유로 내 원고를 반려했다. 그러다 한 출판사에서 승낙메일을 받은 날은 정말 꿈을 꾸듯 하루를 보낼 정도로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부럽지 않은 이들이 있다. 소크라테스, 공자, 에디슨, 그들이 부러운 적은 없었다. 천재적 기질을 타고난 그들이기에 평범한 나와는 다르다며 애써 비교를 거부했다. 위인이라는 칭호를 붙여 존경의 대상으로 삼아 버렸다.

부러운 이들이 있다. 공장근로자였던 김동식은 ‘회색인간’을 시작으로 수권의 책을 썼고, ‘10년차 직장인, 사표대신 책을 써라’의 작가 김태광은 서른여섯의 나이에 110여권의 책을 썼다. 그 외에도 수많은 책을 쓴 평범한 이들은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들보다 오래 살았고, 대학도 나왔고, 더 많은 경험도 했고, 직장도 잘 다닌 나는 여태껏 책 한권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사뭇 부끄러웠다. 작가가 되려는 꿈은 애초부터 없었기에 그들을 따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죽기 전에 책 한권 내면 좋겠다는 누구나 하는 평범한 희망을 슬며시 품었을 뿐.



지방이전이 도전의 계기였다. 경기에서 전라 혁신도시로 이전을 하고 255km, 왕복 6시간의 상경이 반복되면서 내 인생관이 바뀌었다. 문득 버려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주말마다 왜 그리도 집에만 가려했는지, 전라에 내려온 것도 내 인생의 일부일 텐데 왜 난 전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까!


그래서였다. 길에 버리는 시간을 주워 다른 곳에 쓰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둘러매고 전라의 역사, 문화,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전라를 눈과 가슴으로 품기 시작했다. 기록하는 습관으로 블로그에 게시물을 남기고 그것들이 쌓여 2년여가 지난 무렵, 문득 부러워만 했던 ‘책 한권’의 희망을 이뤄보고 싶어졌다.



‘출간’,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기에 사전에 경력을 쌓기로 했다. 우선, 공모전을 기웃거리며 내 글을 평가받아 보기로 했다. 수많은 공모전에 여지없이 탈락하면서 처음에는 의기소침했지만 덕분에 글쓰기는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그랬다. 처음 쓴 글은 창피해 읽지 못했고, 며칠 전 올린 글도 고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고군분투 끝에 몇 개의 공모전에 입상하며 출간의 도전 의지를 불태웠다. 2019년 12월,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했다. 수많은 거절메일을 받은 끝에 내 글을 알아 준 한 군데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하고 2020년 5월 1일, 드디어 내 도전의 결실인 책이 발간되었다.




처음 쓰는 글은 누구나 서투르기 그지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하지 말고 뭐든지 쓰면 된다. 글은 쓰면 쓸수록 늘고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준다. 어제 쓴 글을 읽으면 얼굴이 붉어지는 게 그 증거이다. 누구나 완벽한 글쓰기를 원하지만 어느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시작만 하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는 여행이 아니라

잊고 있던 나를 찾아 돌아오는 여정이다.

느릿한 시선으로 담아낸 전라의 풍경,

숲과 강과 길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잊혀진 나를 만나게 된다.

저물던 마음이 환해져서

익숙했던 어제의 풍경이 새롭게 안긴다.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내 마음이 그래서’라는 전라여행 감성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해 준 회사 사서는 멋진 리뷰를 써 주었다. 나보다 더 내 글을 잘 표현한 리뷰를 몇 번을 읽으며 다짐했다.


‘그래,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었지, 앞으로도 나를 찾기 위해 글을 쓰고 작가로서의 도전을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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