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영원하기를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하지만, 더 어리석은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서머싯 몸 -
마라톤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출발할 때는 끝이 까마득하다. 마치 끝이 없을 것만 같이 막막하다. 반환점을 돌 때야 비로소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생사에도 반환점이 있다. 공부나 일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거나 실마리를 찾았을 때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생 전체로 보면 백세인생이라 그런지 50쯤 되면 인생관의 변화가 일어난다.
인생관 전환의 가장 큰 테마는 역시 ‘죽음’이다.
죽음이란 내 인생에 없는 단어 같기만 하다. 어릴 때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영원히 살 줄만 알았는데 반환점을 돌자 그것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몸과 마음이 조금씩 쇠약해지고,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퇴직도 눈앞이니 이제야 보이는 것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봄의 새싹이 피어나 녹음을 드리우고, 울창한 여름을 지나, 찬바람 불며 잎이 바래지기 시작할 때, 그때가 반환점이다.
사계가 순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다시 피는 봄의 꽃은 지난해의 그 꽃이 아니다. 어디 하나쯤은 분명히 변해 있다. 지난해의 꽃은 이미 사라졌고, 새로운 꽃이 피어난 것이다.
무생물인 기계조차도 처음 사서 얼마간은 쌩쌩하게 돌아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약해진다. 참고 참다 결국은 새 버전으로 교체하게 된다. 그간 바꿔온 셀 수 없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망을 선고받았고
사망은 인간의 운명이자 최종 목적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죽음이 자신에게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다만 유한한 생명으로 어떻게 무한한 사망을 대항할 것인지가 문제다.
- 지루징, ‘살아가는 가장 많이 써먹는 심리학’ 중에서 -
세상만사가 유한이다. 우주 조차도 태동한 후 언젠가는 사라져 새로운 우주로 바뀔 것이다. 모든 것이 유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끝이 있기에 허무하고 아쉽다. 무한한 생명과 행복을 추구하지만 마음뿐이고 현실은 냉혹하게도 끝이 있는 세상이다.
신안 무한의 다리를 걷는다.
신안의 다리는 둔장해변에서 무인도인 구리도와 할미도를 연결하고 있다. 천사의 섬이라 총 길이도 1004m이다. 무한대(∞)를 내포하는 8월 8일 섬의 날을 기념하고 섬과 섬이 연결된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을 의미하여 조각가 박은선과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작명한 것이라 한다.
여름인데도 바닷바람은 시원하다. 끝도 없을 것만 같은 바다 위를 걸어가지만 반환점인 할미도가 나온다. 섬 안 전망대에 오르니 멋진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끝을 보니 수평선이 하늘과 바다를 가르고 있다.
반환점을 돌아 무한에서 유한으로 돌아온다. 끝이 있기에 아쉽지만, 끝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