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2016년 10월 어느 날,
처음으로 명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매일 명상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고,
차를 끓입니다.
아침 신문을 집안에 들여놓고,
화장실에서 대충 세면을 한 후,
마루바닥에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어느 날은 5분,
어느 날은 20분,
또 어느 날은 1시간 명상을 합니다.
명상이 끝나면 차를 마시며 아침 신문을 훌떡훌떡 넘겨봅니다.
그렇게 명상을 알려주신 스승님께 어느 날 편지를 보냈습니다.
2019년 2월1일
‘스승님께서 거짓말처럼 어제 제 꿈에 나타나셨습니다.’
제가 스승님을 저희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햇빛이 가득한 환하고 넓은 방에,
스승님과 친구 두 명, 그리고 저까지 네 명이 아주 맛있게 차를 마시고 깔깔대면서 무슨 그리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즐거워하는지..
꿈꾸고 일어나도 향긋한 차 향기가 나는 것만 같은 그런 꿈이었습니다.
두 달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니, 제가 스승님을 만나게 된 게 감사합니다.
16년10월 소요유(명상 기초반)과정을 처음 시작하던 저는,
엉망진창, 너덜너덜, 갈팡질팡, 우왕좌왕 그 자체였습니다.
소요유를 끝내고 무하유(명상 고급반)과정을 들어가면서,
더욱 어렵고 힘들어지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는 왜 이모양이꼴인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고,
작년 여름쯤에는,
‘어차피 이번 생은 글러먹었으니, 그냥 살던 대로 막 살자' 라는 생각으로
명상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려고 했었습니다.
1년의 무하유를 마칠 때 즈음,
또다시 스승님과는 새로운 명상으로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
골치 아픈 걱정들,
쓸데없는 나와의 싸움은 여전하지만,
스스로 깨우치고,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음식을 하다가 프라이팬에 팔을 살짝 데었지요.
데인 상처에 화상 약과 밴드를 매일 바르며,
쓰라리고, 아프고, 물 들어갈까 걱정하고, 간질거리고...
하루는, 이리도 신경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곤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그까짓 손톱만한 생채기에도 이렇게 며칠을 애쓰고 살고 있는데,
왜 나는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에 대해서는
평생 그렇게 무심하고 방관하며 살아가면서,
‘난 왜 이렇게 못살고 있는 걸까..' 라는 한숨 섞인 질문만 하고 있었을까요.
요즘은 제 자신이 너무 변해서 저 조차도 놀라고 있습니다.
쇳덩이로 머리통을 번쩍 얻어맞은 것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슬비가 제 몸을 사부작사부작 적시듯이
저는 명상을 통해서 좋은 길로 스며들고 있었나 봅니다.
스승님 말씀대로 제가 정한 코드 대로,
계율에 맞게,
드립다 부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스승님의 불쑈, 커피쑈, 사탕쑈를 생각하면 자꾸 웃음 나지만,
그 깊은 가르침만은 제 마음에 새겨 놓겠습니다.
오늘은 저희 집에 손님이 와서 명상 참석을 못했습니다.
다음주 토요일 수업에서 뵙겠습니다.
명절 잘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