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비록 내 나이 마흔다섯, 신랑 나이 오십이었지만,
여느 연인들처럼 우리는 신발을 똑같이 맞추어 신고, 용산 아이파크몰 가구매장을 구경했다. 신혼집에 들일 소파를 고르기 위해서였다.
가구 층을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는데, 뒤에서 가구점의 청년 사장님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요즘 새로 나온 가죽 소파를 세일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우리는 냉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시던 사장님은 느닷없이,
아버님, 어머님! 부부 금슬이 좋으신가 봐요.
이 연세에 신발도 맞추어 신으시고,
손도 꼭 잡고 다니시는 게 보기 좋습니다. 허허허~
“저희 곧 결혼해요. 신혼집에 들일 소파 고르는 중이에요.”라는 말을 남기고, 얼굴이 빨개진 사장님을 뒤로하고 그 집을 나와버렸다.
“오빠, 저 집 소파 별로였어. 그치?”
“응, 보는 눈이 없으시네. 우리가 어딜 봐서 아버님 어머님이야.”
사실, 그 집 소파는 싸고 예뻤었다.
신혼부부라고 밝히지 말고 그냥 살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