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위험조차 뛰어넘은 도쿄 여행, 그 시작
1년도 되지 않아서 다시금 일본을 찾게 될지 몰랐다. 나리타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가항공사들이 이용한다던 제 3 터미널은 너무나도 한적했다. 이렇게 입국심사가 빨라도 되나 싶을 정도의 한적하고도 쾌속 입국. 시작이 좋았다. 앞으로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공항에서부터 시작된 좌측 보행은 여전히 어렵게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평소 우측 보행을 잘 지켰나 싶다. 몸이 자동으로 자꾸 우측으로 가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일본의 중심이자 국제도시로써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공항을 나오자마자 만나게 되는 여러 관광객들이 전혀 낯설게만 다가오진 않았다. 뭐 그것이 꼭 국제도시라서 그렇겠냐만은 그래도 지하철역의 분주하면서 복잡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이곳이 일본이구나! 다시 일본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나리타공항 제 2 터미널에서 스카이라이너와 도쿄 메트로 72시간 이용권을 교환했다.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로 이동했다. 스카이 라이너는 뭔가 케이티엑스보다는 넓고 편하고, 묘하게 아늑했다. 분주하고 복잡함도 없었다. 도심 속에서도 이런 철도를 운행한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아주 깨끗한 지정좌석제의 특별 전철을 이용하는 것 아니던가. 사실 처음부터 스카이라이너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머물 숙소는 도코 스카이트리 근처 오시아게 역이었는데 스카이 라이너는 빠르지만 그 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없었다. 엑세스 특급 전철을 이용했어야 하는데, 예매하는 법을 몰라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역으로 가서 우에노 역에서 다시 아사쿠사역으로 가는 환승 전철을 타야만 했다.
그 이동하는 구간 잠깐 동안에도 일본 지하철은 너무나도 깨끗했고 6개월 만에 느껴보는 일본 전철만의 그 특유의 푹신한 시트감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조금 다른 소리이긴 하지만 일본 전철은 좀 편차가 큰 것 같다. 깨끗한 전철은 정말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전철은 깨긋하지 않고 뭐 그런 기분이랄까? 부산지하철 1호선과 4호선 다른 거랑 비슷했다.
이런저런 환승 절차를 걸쳐 처음 내린 역은 아사쿠사역이었다. 아사쿠사 역에서 다시 숙소가 있는 오시아게로 환승했어야 했지만 환승 출구를 못 찾아 그냥 밖으로 나와버렸는데 밖을 나와보니 바로 앞에서 보이는 도쿄 스카이트리와 황금색 똥 모양을 연상시키는 아사히 맥주 본사가 떡하니 눈에 포착되었다. 그 모습에 이끌려 에라 모르겠다 기껏해야 숙소까지 한 정거장이니까 걸어서 찾아가자 싶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내 도쿄 여행 불길함의 전초전 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있는 듯 멀어 보이는 도쿄 스카이트리는 실로 엄청 높았고, 흡사 우주 지향적 건물처름 느껴졌다.
평소 구글 지도와 와이파이, GPS 이 3박자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다는 지론이 있었는데 이날따라 유독 헤매면서 돌아가기도 하고, 분명 한정거장 거리였지만 꽤 많이 걸었다. 우여곡절 속에 숙소를 찾았다. 이번에는 4일 동안 머물 예정이었기에 에어비엔비를 이용했고 특별히 단독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잡았다. 호텔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정말 있을 것 다 있고 너무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키티로 도배된 침구류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특히 한국인 호스트가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분도 직장인이었던 관계로 4일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보진 못했다. 못 봐서 편했다고 말하면 너무 내가 삭막한 인간형 일려나?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시간이 짧다! 많이 봐야 된다라는 욕심 때문에 숙소에서 가방 속 무거운 짐을 풀고, 포켓와이파이 등 필요한 것들만 좀 챙겨서 바로 스카이트리로 나갔다. 바로 코앞에 있어서 제일 먼저 택한 장소였다. 해가지기 전에 먼저 이 도쿄의 모습을 공중에서 찍고 싶었다.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올라가면 후지산이 보일까? 빨간 도쿄타워가 보일까? 생각했지만 현실은 개뿔. 지방 사람이 서울 남산타워 올라가서 어디가 어딘지 방향도 못 잡으면서 내려보는 것과 비슷했다. 그래도 뭐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전망대를 이용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전망대 내부에서도 일본 특유의 판촉들이 잘 이루어져 있었다. 실은 야간에 타워에 올라 도쿄의 야경을 담고 싶었지만 내 폰 카메라가 그 야경을 분명 담아내지 못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초저녁에 오른 도쿄의 풍경.
어디가 어딘지 몰라도 좋았다. 그냥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소년 같은 마음을 들게끔 했다.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의 이야기지만 다시금 그날의 스카이 트리 공중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아도 어디가 어딘지 여전히 감이 오진 않았다. 그만큼 넓은 도시 도쿄. 30대 초반의 아직도 방황하는 청춘의 세 번째 일본 여행이자 첫 도쿄 여행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