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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말룡 Feb 05. 2017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제는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더 이상 생각만 하고, 상상만 하며 살아갈 순 없다.

오늘은 일요일. 지난주 명절 연휴를 보낸 후 모처럼 혼자서 좋아하는 고독을 만끽할 수 있는 일요일이다. 오늘 일요일은 평소의 일요일과는 다르게 조금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할 것이 있었다. 평소 네이버 메모에 이런저런 것들을 기록한다. 걸으면서도 일하면서도 대중교통에서도 번뜩번뜩 생각나는 것들을 네이버 메모 어플에 담는 습관은 수년째 계속된 것 같다.(사랑해요 네이버, 글 쓰는 공간은 카카오) 이번 주말에 해야 할 일 역시 네이버 메모에 기록되어있었다. '염색하기', '서점가기', '코인 노래방 가기', '목욕탕 가기' '책 읽기'. 별 볼 일 없는 다섯 가지인 것처럼 보일 테지만 이 다섯 가지를 일요일에 모두 해내기에는 꽤나 부지럼을 떨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오늘을 마무리하면서 목욕탕 가기를 제외하곤 모두 다 실천했다. 새치머리 커버 염색도 했고,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도 한 곡조 읊었고, 서점을 가서 책을 구입했으며, 집에서는 책을 읽었다. 지금부터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오늘 서점을 구경하면서 깨달은 일종의 자기반성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책을 써보고 싶었다. 구체적은 계획도 없었는데 그냥 무작정이라도 써보고 싶었다. 그 무작정스러움의 근본은 일벌레처럼 일하지 말고, 저작권료 받아먹으면서 사는 삶이 얼마나 멋지냐 하는 허황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간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내 머릿속을 오갔다. 전국의 박물관을 모두 투어 해서 박물관 가이드를 제공하는 책을 써보고자 했던 적도 있고, 한참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에는 비록 책은 아닐지언정 논문을 역사와 인포그래픽을 소재로 한 나도 잘 이해 못할 소재로 써보고자 노력도 했었다. 물론 아직도 석사는 수료 상태다. 수료 후 또 다른 교수님의 연구를 보조할 때에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국립 자연사박물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이제껏 쓰지 못한 내 석사 학위 논문의 소재로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한 주제로 써보고자 아주 조금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7년 현재까지 아직 난 그저 그런 석사 수료생일 뿐이다.


좌우지간 오늘 서점에 들른 이유는 여행 관련 서적을 좀 찾고자 했었다. 해외여행이냐고? 해외여행 아니다. 조금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는 매주, 아니면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혼자만의 뚜벅이 국내 1박 2일 여행을 하겠다는 신년 목표가 있었다. 때문에 우리나라 어떤  동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참고할만한 책들을 보러 간 것이었다. 이런저런 국내 여행 책들을 찾던 도중에 수년 전 내가 책으로 내보면 어떨까 했던 그 소재 '전국의 박물관 여행'과 관련된 책은 이미 발간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생각만 하고 살다가는 어느 순간 내 생각은 나도 모르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되어있겠구나" 싶었다. 말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결국 실천하는 놈이 대단한 놈이라는 것이다. 그걸 왜 오늘과 같은 그저 그런 주말 서점 방문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인지 다소 황당하긴 하다. 


오늘 구입한 책들, 과연 이 책들은 또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늘어만 가는 신간서적들이 집에 쌓여가는 걸 보고 있으면 읽지도 않았으면서 뿌듯한 이유는 뭘까? 뭐긴 뭐야 병이지.


사람의 행동이 소설의 구성에 비교한다며 행동하게 되는 그때는 전개쯤이 아닐까. 그럼 그 전개가 일어나게 해주는 일종의 계기. 그 발단이 어딘가 있을 텐데, 최근 요 며칠 사이 유독 이상하게 인터넷과, 페이스북에서 내 뇌에 콕콕 박히던 것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기 자신이 자신이 블라블라.." "인간 관계도 다이어트가 블라블라.." "사람은 격하게 외로워야 블라블라.." 이런 보고 들은 말들의 조합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나도 이제 뭐라도 좀 하자"라고 뇌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분명한 것은 이제는 정말 글을 써야 할 때인 것이다. 한 번은 독해지라고 했던가? 일이 바쁘다고, 뭐이 어쨌다고, 거시기가 저시기라고 하는 이런저런 핑계로 실천력을 미루기에는 아직 까지 내 30대는 너무나도 청춘인 것을..(마음만) 비록 주름이 늘고, 예전보다 삭아 보인다는 소리를 훨씬 더 많인 듣지만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투영되는 그런 때가 온다면 절대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어야지 하는 독한 열정을 품으며, 본인은 대선 출마 선언.. 아니 아니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를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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