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치인 것 같아 자괴감 들고 괴로워
배가 고팠다. 도쿄에 와서 처음으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메뉴는 소바이다. 사실 면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맛집도 아닌 그냥 무작정 들어가는 일본 가게의 소바 맛이 궁금했다. 그래서 면으로 만 이루어진 메뉴를 곱빼기로 시켰는데 뭐랄까? 묘했달까? 일본의 식당, 그동안의 일본 식당에서 느껴지는 그런 친절함은 없었다. 주문도 제대로 말 못 하는 걸 보면 분명 내가 외국인임을 느껴졌을 텐데 그냥 너무나도 형식 적인 그런 느낌으로 대우받는 기분이랄까. 오사와 후쿠오카에서 느꼈던 소위 말하는 그 과한 친절과 밝은 웃음은 없었다. 내 앞에 놓인 건 그냥 소바다. 소바 맛은 평이했다. 장국은 조금 짜웠고 가쓰오부시 맛이 많이 났다. 면 색깔은 통상적인 그런 갈색은 아니었다. 평범한 소바였다. 맛이 있건 없건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도리어 일본 사람들의 과한 친절을 보지 못해서 섭섭했다랄까?
소바 힘을 받아 드디어 우에노 공원을 찾았다. 이미 어두컴컴해진 터라 우에노 공원이 약간 으슥하게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보인 공원 내부의 스타벅스는 길가다 경찰서를 만난 것 마냥 묘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공원은 상당히 넓었다. 그런데 그 넓은 공원에는 그 흔한 쓰레기통 하나 발견하기 어려웠다. ‘일본은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는 나라 아녔던가?’ 생각하면서 왜 이번 도쿄 여행의 시작부터 뭔가가 하나씩 모잘라 보이는 걸까 생각했다. 공원 화장실은 정말 불결하기 짝이 없었고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우에노 공원에는 흡사 혼자 생각이 많아 보이는 청소년이 교복 입고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멍 때리고 곳곳에 앉아 있었다. 한 명이 아니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직장인 들 같은데 정장 차림으로 맥주를 까는 일행들이 보였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쓰레기통보다 더 많이 보이는 고양이들. 우에노 공원의 밤은 참 외롭고 쓸쓸한 공원처럼 느껴졌다. 뭐 좋았다고 한다면야 전혀 도시같다라는것을 찾을 수 없이 한적함을 뛰어넘는 쓸쓸함이었달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저 앞에서 보이는 도쿄 국립박물관은 멀리서 봐도 굳게 닫혀 보였다. 때문에 관람은 다음날로 미루고 내일 올 때는 길이라도 까먹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긴자로 향했다.
이미 시간은 저녁 9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긴자로 향한 이유는 그 유명한 긴자 거리를 눈에 담고 싶었다. 애당초 내 여행이란 게 쇼핑을 할 생각도 없었고 긴자의 그 거리만 눈에 넣고 싶었다. 긴자가 풍기는 느낌은 고전적인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화려한 불빛과 높은 건물들 그리고 기똥차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냥 이 동네를 모르고 온 사람이라도 딱 보면 여긴 명품 동네야 하는 느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언제 봐도 반가운 미쯔코시 백화점(신세계백화점의 전신)도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일본을 이렇게 저렇게 둘러보다 보면 한국에 가서 장사를 하고 싶게끔 만든다. 이런 선술집은 어떨까? 이렇게 서서 먹는 우동집은 어떨까? 이런 분위기의 가게는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타지에서의 야심한 밤에 갑자기 장사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