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롯데리아는 사랑입니다!
어제 숙소로 돌아오면서 출출한 마음에 속소 옆 미니스톱을 들리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미니스톱 앞 도로는 인부들이 통제를 하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려고 하자 굳이 말 걸어주지 않아도 되는데 “조심해서 이쪽으로 가세요”라는 뉘앙스로 무어라 이야기해주었다.(일 알못이라..) 나뿐만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씩 모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일본인들의 안전에 대한 기본적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뒷날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본격적인 여행의 시동을 걸었다. 밤사이 인부들이 했던 도로 작업은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 같았다. 분명 이런 마무리들을 일본인들이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밤사이 도쿄 스카이트리는 안녕 했지만 내 마음속에 한편은 안녕하지 못했다. 다름 아닌 오늘은 바로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었다. 오전 11시쯤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를 품은 체 걸었다. 먼저 향한 곳은 숙소 근처의 스미다 공원이었다. 벚꽃이 많이 핀다고 하는 스미다 공원으로 향했지만 벚꽃은 무슨.. 도리어 앙상한 나무들이 쓸쓸한 공원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아직 3월 초라 그랬던 것 같은데 굳이 벚꽃이 아니더라도 공원이 별로 관리되고 있는 느낌도 없었다. 예전에 내가 영도(부산시 영도구)에 살 때 산동네 집집 사이에 마을 공원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 사실 그거보다 못한 느낌이었다고 하는 게 조금 더 사실에 가깝겠다. 얼른 공원을 나왔다.
걷다 보니, 지나가다 보니, 유독 일본은 네온사인형 간판과 옥상간판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침 출근시간이었던 터라 모두들 바빠 보였고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와 뛰어다디는 사람들.. 모두 참으로 익숙한 풍경들이었지만 이렇게 자전거가 많은 건 계속해서 익숙지 않았다. 혼자 궁시렁 궁시렁 거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아침으로 뭐 먹지?’라고 생각 중이었다. 평소 대부분 사람들이 하루에 3끼를 잘 챙겨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하루에 2끼, 어쩔 땐 점심 1끼, 저녁 술끼(술과 밥)가 흔한 일상인데, 이렇게 타국에 여행까지 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나라 음식을 맛봐야 하기 때문에 3끼를 다 챙겨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뭐 좌우지간 이런 생각만 있었는데 막상 이 이른 아침에 마땅히 먹을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사쿠사 역 맞은편에는 내가 좋아하는 버거킹이 보였지만 굳이 이놈의 일본까지 와서 이런 걸 먹어야겠냐 싶었다. 그래서 내가 햄버거를 안 먹었냐고? 먹었다. 롯데리아를 먹었다.
버거킹을 뒤로한 채 아침식사할 곳을 찾았지만 마땅히 보이지 않아 낙심하고 있던 찰나에 롯데리아가 보였다. 롯데리아를 먹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룹 내 유일한 흑자 골프장 뺏기고, 중국에 마트까지 영업정지당하는 꼴이 왠지 조금 안쓰럽게 느껴져서 큰 고민 없이 롯데리아로 들어갔다. 왜 롯데를 위로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보통 메뉴판에 보면 가장 강추하는 메뉴가 메뉴판 위에 큰 그림으로 있기 마련인데 그날의 메뉴판에는 무슨 아보카도 버거인가 하는 놈이 제일 위에 있었다. 세트메뉴는 가격도 꽤 비싼 편이었지만 시켰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 무슨 햄버거에서 와사비 맛과 그 비슷한 향이 나는가 하면 전혀 유쾌한 아침식사의 끼니로써 적합하지 않았다. 조금 여유롭게 먹고 싶었지만 그 맛에 대강 먹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