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을 걷고 싶다. 발바닥으로 전해질 자잘한 자갈과 거친 바위들의 피부를 느끼고 싶다. 뜨거운 햇살이 땀을 만들어 내 이마와 그대의 이마 위에 샘처럼 솟게 할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싶다. 걸었을 때,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있다고 느끼는 그때, 그 싱싱한 마음을 당신께 주고 싶다. 높은 나무가 왜 춤추듯 흔들리며, 흔들릴 때마다 푸르고, 신비스러운 울음소리를 닮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지 알고 싶다.
우리가 쉬어가야 할 때, 당신은 안락한 대지 위에 푸른 풀 방석을 깔아 두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단단한 바위 의자를 편평히 깎아 두었다. 구름이 보이면 그 높은 구름 위에 걷는 기분을 내가 땅 위를 걷고 있는 지금 느끼게 했다.
걷고 싶다. 작은 상자 속에 갇혀 작은 창으로 전해지는 푸른 하늘과 작은 구름 조각들을 본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손짓을 하며 먼 곳으로 달아난다. 누군가는 또 멀리서 울음을 참으며, 그리움을 만들어 간다. 꽃과 풀에 물을 주면서 그리움을 키운다. 날마다 조금씩은 보고 싶겠지. 누군가는 잊고 있다 문득 죄책감처럼 떠오르는 얼굴로 기억해내겠지. 더러는 가슴이 저리고 작아지겠지만 그 마음 안에 만은 절대로 분노와 슬픔을 담지 말기를 원한다.
내가 견디는 고통은 하늘이 가깝게 보이는 작은 울타리 속이다. 당신을 가깝게 두기로 기도하며 새로운 운명의 시작을 바랄 뿐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와 먼 때를 볼 줄 알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작은 존재의 이름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날지 알지 못하는 바람개비처럼 먼 하늘이 부르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오늘이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힘이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이다. 세상의 그 어떠한 힘도 내게 줄 수 없는 내일이 바로 당신만이 가진 능력이며 그것만이 오늘의 나이기도 하다. 걷고 싶다. 이리 올라와, 곁에 앉아라고 하는 당신의 음성이 듣고 싶다. 그 음성이 들리는 그곳으로 걸어가고 싶다. 오늘 내 발바닥으로는 디딜 수 없는 계단을 밟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싶다. 그렇게 나는 오늘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