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연말 같으려면

연결을 위해 단절이 필요한 이유

by 김호빈

단절은 또 다른 연결이다. 단절된 것처럼 보이는 관념들은 사실 모두 연결을 위해 존재한다. 톱질로 절단한 나무들은 책상과 침대로, 끊어진 인간관계는 새로운 인연으로, 단절된 경력은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기회로, 작은 퍼즐조각은 한 편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아니다, 흩어져도 산다.


이어 붙이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도 전부 연결될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조각난, 절단된, 끊어진, 흩어진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국어사전은 쓸모를 '쓸 만한 가치'라고 명시한다.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사용 가치가 있다. 연결과 쓸모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단절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단절된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방법은 많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연말쯤 한 해를 돌아보는 게 대표적이다. 올해 초 세웠던 목표를 몇 개나 달성했는지 체크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행위, 여기에서 단절은 연결이 된다. 1년이라는 단위는 개별적이지만, 내년을 기약할 때 새로이 연결된다. 그렇게 해마다 돌아오는 12월 31일은 평범한 날에서 비범한 날이 된다.


나에게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렇다. 싱그럽고 푸른 것들이 시드는 계절, 생명은 자취를 감추고 혹독한 한기가 휘몰아치는 계절, 남은 것은 차디찬 손과 발뿐인 무(無)의 계절. 그래서 나는 매년 겨울을 잘라 내고 그 속에서 다시 올 봄을 기약한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새로 시작하고, 목표를 세우며 단절을 연결로 바꾼다.


"올해는 정말 연말이 연말 같지가 않네요". 라디오에서 한 진행자가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인 이슈가 많고, 사회적으로도 논란거리가 많아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천하태평한 날이 며칠이나 있었던가. 그러니까 올해만 연말 같지 않은 게 아니라, 매년 연말 같지 않다. 이런 말은 매년 나온다.


왜 연말 같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할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단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1년을 매듭짓고 새로운 한 해를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나 새로운 출발, 새로운 만남, 새로운 사랑, 같은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관성적이고 틀에 박힌, 규격화된 일상에 적응돼서다.


결국 단절이 필요하다. 끊어내고 덜어내야 새살이 돋고 숨통이 트인다. 더 나아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 마음먹는지에 따라 단절이 연결로 이어진다. 2025년을 마무리하는 모든 사람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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