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중요성: 데이비드 흄을 중심으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잣대, 남들이 정한 기준, 그런 것들이 교리로 통한다. 정해진 규칙과 경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이단 취급을 받는다.
그 기준은 심지어 나잇대별로 세분화돼 있다. 10대 때는 모두가 같은 교실 같은 책상에 앉아 같은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20대 때는 거기서 거기인 대학교에 진학해 비슷비슷한 전공으로 졸업해야 한다. 졸업 후에는 쳇바퀴 직장인으로 톱니바퀴화돼야 한다. 30대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40대에는 육아, 50대에는 은퇴를 해야 한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고 싶은 게 인간 본성이고, 살아가는 경로와 규칙이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라서, 한국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인생을 산다. "옆 집 서준이가 벌써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우리 애도 내일 당장 영어학원 등록해" "내일모레 서른인데 아직도 결혼 안 하고 뭐 하니?" "너네는 결혼한 지 몇 년인데 아직도 자식이 없니?"
지난해 나는 일을 그만두면서 회사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 때문에 퇴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답은 대부분 도전에 대한 비관이었다. 나는 그냥 로스쿨, 공기업, 대기업, 공무원처럼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직업을 몇 개 던져주고 대화를 끝냈다. 이미 틀에 박힐 대로 박혀버린 사람들에게 굳이 새로운 꿈, 이모저모를 설교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퇴사 이유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다. 인생은 무언가에 순응하는 과정이라지만, 나는 거기에 맞서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 하루살이 직장인, 안광이 사라진 눈 퀭한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기 싫다. 자체적이고 주도적인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퇴사했다.
데이비드 흄은 사실과 당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므로(사실)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당위)는 논리가 비약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을 추구하므로(사실)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당위), 밖에 비가 오고 있으므로(사실) 우산을 챙겨야 한다(당위), 오늘 서울의 평균 기온이 영하이므로(사실) 패딩을 입어야 한다(당위)...
사실과 당위를 분리할 때 창의적인 생각이 가능해진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으로 살면 어때, 비가 오는 날엔 그냥 비를 좀 맞으면 어때, 추운 날 그냥 춥게 입는 건 어때.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회가 정한 틀과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