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생성형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와 미학적 함의

by kim hojin

생성형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계적 산술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것은 거대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패턴을 뽑아내고 그것을 다시 직조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수학적 직조라고 부르기로 해보자. Transformer는 언어의 맥락을 확률적으로 직조하고, Diffusion은 무작위 노이즈 속에서 점차 이미지를 엮어낸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데이터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배열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패턴을 산출한다.

만약 인간의 경험을 데이터라 가정한다면 인간 창작과 인공지능 생성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인간의 두뇌 역시 기억과 경험을 축적하며 새로운 사고와 이미지를 구성한다. 이때 인공지능의 데이터 직조는 인간 두뇌의 미메시스적 원리를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평행선과 같다. 인간은 자연과 경험을 모방하며 창작을 이루고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모방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예술을 미메시스, 즉 모방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에게 모방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었다. 세계의 보편적 원리와 감정을 드러내는 창조적 행위였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은 모두 모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인간은 고통과 기쁨 같은 복합적 감정을 직조 속에 담아내지만 인공지능의 직조는 확률과 연산으로만 이루어진다. 인간의 모방은 감정을 전제한 창작이고 인공지능의 모방은 감정 없는 패턴 생성이다.

이 결정적 차이는 단순한 한계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된다. 인공지능의 창작은 인간 예술을 대체하지 않지만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의 감정과 의도를 담은 창작, 인공지능이 직조한 산출, 그리고 그 둘이 결합하는 다양한 양상이 앞으로의 예술 장르를 바꿔놓을 여지가 있다. 그것은 협업일 수도, 독립적 창작일 수도, 혹은 인공지능의 창작을 인간이 보조하는 새로운 형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적 원리를 아는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닮아 있고 또 어떻게 다른지를 사유하는 철학적 행위이며 동시에 미래의 예술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를 묻는 미학적 실험이다. 인공지능 미학은 바로 이 지점 '닮음과 차이'의 긴장 속에서 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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