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이 스토커가 되었다. (9)

스토커와 피해자의 민사이야기.

by 김호요

이 전까지의 이야기는 당사자 아닌 피해자의 이야기였다.

사건이 끝나고 많은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내 일이 아닌 남의 일 같았다.


변호사님과 병원의 여러 조언을 듣고 민사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

그러나 이 전에는 다들 내가 민사까지 가는 걸 말렸다.

정신적으로 너무 불안했고, 일상생활을 힘들어하는 와중에 송사는 제법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판결문이 나오고 나서는 어때? 저 사람이 나한테 한 일이 300만원이래. 나 300만원 세금 덜 내도 되는거 아냐? 하면서 씁쓸한 농담도 하고 조금은 여유를 찾은 모습에 민사를 응원해줬다.


하게 된 이유는 돈때문은 전혀 아니였다.

단순히 저 사람이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못-된 피해자의 마음이랄까?


SNS를 정리하다가 기소 도중에 그 사람이 내게 보냈던 연락 한 통을 봤다.

스토킹이 아니라 그냥 기다리는거야. 걱정하지마.

네가 연애할 때 들어주기로 한 소원 기억나? 너랑 다시 만나자고 소원빌거야.

이런 내용의 장문의 편지.

그리고 프로필에는 놀러다니고, 즐거운 모습.


몇 달 간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고 병원 약에 의존한 나와는 다르게 너무 잘 살고, 내 악몽을 사랑의 추억으로 미화해서 살고있다는게 화가 났다.

가해자가 살아야 할 삶을 내가 사는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는 끝낼 수도, 견딜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내 고통을 저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사적 제재는 안되니까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제는 당사자면서 피해자인 상태가 된 것이다. 무려 반 년이 넘어서야 권리를 찾은 기분이다.


이 글 부터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글의 마지막이 베드엔딩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헤쳐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기록해두고싶다.

잘 될테니까. 나같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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