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둘만의 다정한 로맨스
로맨스드라마를 좋아하는 "나".
나는 드라마 속 달달한 장면들을 떠올리며,
가끔 어린 아들에게 갑작스러운 역할 놀이를 하곤 한다.
아이는 말문이 트인 이후부터 자연스레 전담 “남자주인공”이 되었다.
어떤 날은 오빠, 어느 날은 자기야, 때로는 본부장님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여섯살이 된 아들은 이런 저런 다양한 역할들을 꽤 그럴듯하게 소화해 낸다.
그 날은 봄 햇살이 따스히 비춰 공기마저 포근한 날이였다.
아이와 집 근처 공원을 함께 산책 하고 있었다.
맑은 날씨, 파란 하늘, 알록달록 예쁜 봄꽃들이 옹기종기 피어 있던 따스한 오후였다.
흩날리는 벚꽃잎에 취해, 나는 또다시 갑작스레 역할 놀이를 시작해 버렸다.
나: 오빠!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그런데 오빠는 몇 살이야?
아이: 응? 나 삼십백살!
(이런 상황이 익숙한 아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나: 어? 이상하다… 오빠! 숫자 모르는 거 같은데? 너… 오빠 아니지?
아이: 아냐!! 나 진짜 오빠 맞아! 나… 구천구백구살!
(요즘 더하기, 빼기까지 섭렵중인 아들. 숫자를 모른다는 한 마디에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다음 대사를 자연스레 이어간다.)
나: 사람이 어떻게 그리 오래 살아? 오빠 진짜 수상한데?
아들: 아냐! 사실은 나… 삼십오살이야!(아이는 애써 태연한척 해보인다.)
나: 서른다섯살? 근데 오빠 그렇게 안보이는데? 엄청 어려보여. 완전 동안이네! 오빠, 혹시 여자친구 있어?
아이: 응, 있어!(해맑게 웃으며 당당히 대답하는 아들!)
나: 헉… 진짜? 누군데?
(세상에.. 아들한테 여자친구라니. 가슴이 쿵쾅 거렸다. 유치원에 있는걸까? 어떤 아이일까? 엄마는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리고.. 3초 후...!! 아이는 대답한다.
아이: 너!(씨익 웃으며)
…하. 내 아들이지만, 어쩜 이렇게도 로맨틱할까.
너무 설레서 심장이 터질뻔 했다.
나는 아이의 표정, 몸짓, 손길, 말투 하나하나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가야, 너는 금세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아마 평생 못 잊을 거 같아.
2025년 포근했던 봄 날의 공원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오빠와의 추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