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여가·취미
사람들이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그래도 버틸 수 있게 해준 하나가 올림픽이 아니었던가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구기 종목이 예선 탈락하여 적은 인원으로 선수단을 꾸렸고, 성적에서도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13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3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순으로 하면 세계 8위를 기록하는 혁혁한 성적을 거두었다. 참가 선수 10명 당 한 개의 금메달 꼴이다. 경기 막판 배드민턴의 기린아 <안세영> 이슈가 모든 걸 집어삼키긴 했지만. 또한 엘리트 선수 중심의 참가를 이어가야 할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선수가 참가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역시 올림픽의 꽃은 마라톤이다. 개막식 날인 7월 26일에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남자 마라톤 3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2시간 1분 09초로 세계 2위의 기록을 보유 중이고, 비공식 대회에서는 인류 최초로 전인미답의 기록도 보유한 괴물(?)이었기에.
세상살이에서는 언제나 이변이 속출한다. 이번 파리올림픽 마라톤에서도 그랬다. 사람들이 사상 처음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할 걸로 기대했던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반환점을 돌 때까지만 해도 선두권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5km를 지난 시점부터는 이디오피아 선수가 계속 앞서서 달렸고 결국 파리올림픽 마라톤의 월계관을 차지했다. 사실 그는 같은 나라 선수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했다. 물론 그동안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앞당기며 실력을 쌓은 정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올림픽에서 2시간 6분 26초의 기록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게 이변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이디오피아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반면, 케나에서는 올림픽 3연승을 기대했던 킵초게가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컨세슬러스 키푸루토>라는 긴 이름의 선수가 2시간 7분 00초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체면치레했다.
한여름 20여 일에 걸쳐 진행된 올림픽은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4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펼치는 꿈의 무대였다. 축구, 배구, 농구 등 단체 종목은 물론이고 육상, 수영, 양궁, 사격 등 개인 종목까지. 사람들은 선수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어떤 때는 감동하고 어떤 때는 아쉬워했다. 선수들이 하나하나의 경기에서 혼신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전율했다. 각종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TV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축구나 배구, 농구 등 구기 종목이 출전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고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저녁에 벌어졌던 경기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면서 무더위를 견뎠다.
이처럼 모든 경기가 눈을 뗄 수 없는 인간 승리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에 열리는 마라톤이다. 이번 대회에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나 우리나라 마라톤의 전설 ‘이봉주’를 이을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 건 아쉽다. 케냐의 킵초게가 인류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눈으로 보지 못해 섭섭했다. 하지만 새로운 강자가 월계관은 쓰는 걸 봤다. 역시 영원한 승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