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삶·일상
추석 당일 아침에 차를 몰았다. 고속 도로는 씽씽 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막히지 않았다.
식구들은 식사를 마치고 우르르 산으로 몰려갔다. 승용차며 SUV며 몰고 온 차를 타고. 파란 하늘이 보였으나 차에서 내리니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맞이했다. ‘추석 날씨가 왜 이래?’라고 생각하며 산으로 올라가서 제일 먼저 증조부 산소에 두 번 절을 했다. 땀이 났다. 세상에 가을인데 이럴 수가 있을까? 이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성묘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인사를 드렸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사촌 형네 식구가 보였다. 형을 대장으로 아들 둘, 손주 셋으로 모두 여섯 명이었다. 형과 그의 아들, 그러니까 나에게는 5촌 조카가 되는 둘은 그전에 가끔 봤으니 낯이 익었다. 우리 식구와 사촌 형네 식구 아이들은 산에서 통성명(?)했다. 설왕설래하며 촌수도 따져봤다. 그 아이들은 8촌 간이다. 그렇게 보면 8촌이 먼 촌수는 아니다. 혈육임을 확인한 후 나머지 산소를 함께 차례로 돌며 성묘했다.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며 모두 한마디씩 했다.
‘무슨 추석이 여름보다 더 더워?’
차에 타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통행료가 면제라는 고속도로에 올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집에 들어오니 아내 쪽 식구들이 있었다. 처제와 그녀의 아들들이. 처가 쪽에는 아내가 맏이다. 장인, 장모가 돌아가시고 아내가 우리 집에서 제사를 모신다. 명절 당일에는 주인 떠난 집에서 처제들이 차례를 지낸다. 대신 우리 내외는 고향에 내려가서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 합류한다. ‘핏줄이 당긴다’라는 말이 있다. 어제도 그랬다. 아내는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을 극진하게 대하는 게 느껴졌다.
‘저러면 또 며칠을 끙끙 앓을 텐데’라며 속으로 걱정하나 내 몸은 둘째고, 혈육의 정이 우선인데 어쩔 것인가?
올해는 유독 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예전에는 밤 온도가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한 번만 나타나도 뉴스거리가 되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30일 이상 이어졌다니 얼마나 더위가 빨리 물러가기를 바랐을까. 하루의 낮 평균기온도 연일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더위에서 벗어나길 바라겠지. ‘8월 중순이면 될 거야, 9월이 시작되면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더위는 아직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구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그들이 무심한 채 욕심에 가득 찬 행동만 하고 있으니 직접 나선 형국이다. 제주도에서 낚시하는 사람의 몸에 달라붙은 수천 마리의 된장잠자리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일본을 강타한 태풍이 그동안 안전지대라고 여겼던 중국 동해안 지역을 강타하여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게 우연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더위가 올해만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할 징조로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년에는 10월에도 더위가 꺾이지 않을 수도 있다.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란 말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