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야!

Ⅴ. 건강·음식

by 이들멘

아직도 낮 기온이 35도 가까이 오르내리고 열대야 지속 일수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예전에는 밤 온도가 가끔 25도를 넘어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뉴스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7월 말부터 지금까지 밤 온도가 25도가 넘지 않는 날이 없다. 에어컨을 밤새워 틀어놔도 자다가 몇 번을 깰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부터 1년 이상 한자를 배운다고 인근 도서관의 서당을 다니고 있다. 중국에 5년을 살았고 대학원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내가 다시 한자를 배운다는 게 이상하긴 하다. 어쨌든 처음 6개월 정도는 사자소학(四字小學)과 추구(推句)를 배웠다. 사자소학은 조선시대에 어린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 엮은 기초한문 교과서이다. 《소학》과 경전 중에서 어린아이가 알아야 할만한 내용을 뽑아 만든 내용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챙겨야 할 도리와 수신(몸을 닦는 방법), 속담 등을 쉬운 4자구(四字句)로 만들었다. 추구(推句)는 아름다운 시구를 모은 책으로 천고(天高, 하늘이 높다), 경전(耕田, 밭을 갈다), 산영(山影, 산 그림자), 죽순(竹筍, 대나무 어린싹), 첨월(簷月, 처마에 걸린 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 초부터는 『계몽편·동몽선습(啓蒙篇·童蒙先習』을 배우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먼저 익혀야 할 책이라는 뜻인 「동몽선습」을 먼저 학습했다. 다음으로 배운 「계몽편」은 어린아이들을 깨우쳐 이끌어 주는 내용으로 그들이 처음으로 산문(散文)을 익히는 입문서다. 요즘의 우리 어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모두 무더위 속에서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그중에 훈장님의 노고가 제일 많다. 금요일 아침만 되면 카톡에 이런 글이 올라온다. ‘오늘은 서당 가는 날. 가슴이 설렙니다. ………’ 서울에 사시는 그분은 매일 아침 노모가 계신 용인에 가신다. 300여 평의 밭에 고추며 수수를 심고 키우는 어엿한 농사꾼(?)이기에. 하지만 금요일이면 노모께서 하시는 “오늘 서당 가는 날이지”라는 말씀을 뒤로 하고 신이 나서 단숨에 다시 서울에 있는 도서관(서당)으로 달려오신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어제는 젊은 총무가 역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도서관에 들어오자마자 무거운 보따리를 풀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빙수’라고 했다. 이미 그걸 아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빙수를 편의점에서도 팔아?’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 역시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얼마 전에 쓴 《편의점 신상》이란 글이 생각났다. ‘신상인가?’ 훈장님 역시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빙수는 요즘에 처음 나온 거지요. 오늘 저녁에 나도 집에 가져가서 아내한테 점수 좀 따야겠어요.”


하지만 총무는 나이 든 사람들의 무지함(?)을 여지없이 박살 냈다. “이거 오래전에 나온 건데요”라고 말하면서. 멀쑥해진 나는 빙수 포장을 다시 요리조리 살펴봤다. 아래를 보니 ‘OO 제과’란 표시가 있었다. ‘그렇구나’

훈장님이 제안했다. ‘우선은 공부를 한 시간 하고 빙수는 쉬는 시간에 먹도록 하지요.’ 총무가 빙수와 함께 가져온 우유를 부어놓고 쉬는 시간이 오기를 학수고대 기다렸다. 무더운 날씨에는 빙수가 최고니까. 총무님이 타임리 히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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