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끝났네

Ⅳ. 삶·일상

by 이들멘

녹색 천을 덮었다. 공포감이 엄습했다.


나사를 푸는 듯한 소리가 입안에서 들렸다. ‘이빨에 나사가 있나?’ 두려움에 떨고 있으면서도 애써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참고 있었다. 그런데 나사 푸는 소리에 이어 다짜고짜 드릴로 자르는 소리가 들렸고, 이빨이 조각나는 느낌이 들었다. 세 토막으로 나누어진 듯했다. 잠시 후 왼쪽 위를 채웠던 어금니가 빠져나가고 악취 냄새가 났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역겨웠다. 잘린 것인가? 온전한 형태로 빠져나가 보관된 것인가? 녹색 천이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도대체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소리를 듣고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의자가 세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누운 자세에서 앉은 자세로 바뀌었다. 의사는 물러선 모양이다. 녹색 천을 벗기며 간호사가 말했다.


“입안을 헹구세요.”


오랫동안 다녔으니 의사는 낯이 익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목소리는 나긋나긋 상냥했다. 그녀의 행동은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얼떨결에 입안을 헹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이게 좋은 징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옆에 있는 컵을 들어 반 컵 정도 입안에 털어 넣고 ‘가글가글’하는 동작을 취했다. 잠시 후 입안을 헹군 물을 뱉어냈다. 3번 정도 연속 반복적으로 동작했다. 다시 의자가 눕혀졌고 내 몸도 누운 자세로 바꿨다. 치석을 제거한다고 했다. 상냥한 간호사와 대적하는 것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내 입안에서 드릴을 갖고 놀았다. 공격 대상이 왼쪽 위에 있다가 이미 빠져버린 어금니는 아니었다. 대신 입안에 들어있는 30여 개 가까운 이빨 모두가 대상이다. 아래 어금니부터 시작했다. 아래쪽 송곳니, 앞니를 지나 오른쪽 아래 어금니까지. 이어서 위쪽 송곳니, 앞니를 거쳐 이미 빠져서 휑한 느낌이 있는 왼쪽 위 어금니 바로 전까지 드릴은 자유자재로 돌아다녔다. 다시 의자를 직각으로 세우고, 간호사가 말했다. “다시 깨끗이 헹구세요.”


나는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그녀가 하라는 대로 했다. 옆에 있는 컵에서 물 한 모금을 입에 털어 넣고 ‘가글’을 하다가 뱉었다. 이번엔 드릴이 살을 건드렸는지 빨간색이다. 몇 번 더 헹궈내니 빨간색은 없어졌다. 다시 뉘어졌다. 그녀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얼굴에 다시 녹색 천을 씌웠으니 누구하고 말하는지는 전혀 몰랐기에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통통하지만 상냥한 그녀가 빠졌던 왼쪽 위 어금니를 다시 원상 복귀하려는 모양이었다.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로 ‘다행스럽다’라는 안도감이다. 마무리를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할 수 있다면 두려움에 떨 정도로 큰 공사가 아니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두 번째는 물에 빠진 사람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보의 욕심이다. ‘간호사가 마무리하면 대충 끝내는 게 아닌가?’라는 배부른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머리가 복잡하게 굴러가는 사이 ‘체인징 파트너’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빠지고 의사가 다시 왔다. 드릴 소리가 들렸고, 작은 망치며 핀셋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녹색 천을 걷었다. 휴!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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