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면 속에서 힘들게 공부한 아이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수시와 정시 모집 시즌이 한창 지나가고 있다.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을 했을 수험생들과 앞으로 그 과정을 고스란히 거쳐가며 고민해야 할 자라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이슈 중에 메타버스나 가상공간 등 현실의 세계를 온라인상의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눈과 생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현상만 보면 그들은 주변의 환경 변화를 무차별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이 갇혀 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닫혀 있는 듯한 교실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아이들이 지금처럼 교실에 혹은 학교에 갇혀서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나 교실을 벗어나 생활하는 사례 중에는 주로 지리적이거나 언어적 문제, 개인적 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나라에 따라 홈스쿨이나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좀 더 능동적으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보게 될 것 같다. 당장 모든 학부모나 수험생들의 눈앞에 당면한 관심사 중에는 대입이라는 관문이 버티고 서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까닭이야 다양하겠지만 대입 제도에 초점을 맞췄을 때 왜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게 될 것인지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교육정책을 되짚어보면 오래전부터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준화라는 것을 도입했었다. 그런데 그 제도도 얼마 가지 못해 대입은 특목고, 자사고, 영재고 등이 생겨 기득권층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소위 말해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의대를 비롯한 '의치약한수'로 명명되는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 수의대 등은 자사고와 같은 특별한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넘보기 어려운 벽을 만들어버렸다. 모두 눈독을 들이는 학과에 일반고에서는 일 년에 한 명을 보내기도 어려운 처지인데 특정 고교에서는 수십 명 혹은 백 명 이상의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준화 이전보다도 더 기울어진 공교육의 땅을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대다수 학부모들은 그 사실도 모르고 있거나 그냥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학교 안내나 교육정책 홍보를 접하며 그냥 주어진 학교에서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특정 고교와 유명 학과나 대학의 입시 정책이 맥이 닿아 있지 않고서야 어찌 수 십배나 수 백배의 차와 같은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겠는가. 정보의 비대칭이 도를 넘어선 형국이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특정한 일부 고교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고, 교과전형마저 학생부 종합전형 자료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고와 특정한 고교는 서로 다른 땅 위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꼴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판 자체가 기울어져 있는 현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누군가가 특정한 다른 누군가를 위해 눈을 감아주고 있는 것일까.
그리하여 수년간 행해져 온 문제가 불거지고 수시와 정시를 비롯한 대입제도 불평등의 목소리가 비등하니 최근에는 정시 선발 비중을 높이겠다는 쪽으로 교육정책의 출구 전략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2025년이 되면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불평등 문제의 본질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이런 현실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일반고교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틈바구니 속에서 특정한 일부 학교들은 많은 돈과 재량을 갖고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가 있었다. 공교육의 이름 하에 초점을 대입에 맞추고 비싼 등록금을 거두어 유망 학과 지원을 위한 핀셋 지도를 하다 보니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최근의 교육정책 중에 임시방편으로 대입전형에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 비중을 확대한다고 하여 부랴부랴 선발 비율을 조정하는 것 같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한들 눈치 빠르고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고교에서 대입 정시에 올인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발 빠르게 대응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예를 들면, 주변 자사고의 교육과정을 보면 이미 2학년 때까지 수능시험 교과목을 모두 마스터하고 3학년이 되면 반복 학습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 옆에 있는 일반고는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를 3학년에서 배우도록 교육과정 운영이 설계되어 있다니 그 차이를 무엇으로 매울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차별적 프로그램 운영이 학교의 자율성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도 기득권층 학부모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일반 학부모들은 자세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단순히 수시와 정비 비율을 조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문제로 지목된 자사고를 폐지하고 정시를 늘리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는 시점에는 수능시험 점수를 100% 반영하는 정시를 위해 수능 고득점에 올인할 소위 말하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와 같은 사교육기관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결국, 재력 있는 부모를 두지 않으면 수험생들은 또 다른 벽에 맞닥뜨리게 되지 않을까. 지금 수험생 아이들의 고민이고 앞으로 수험생이 될 아이들의 고민이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아이들이 교실을 떠나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까닭은 점점 더 찾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트렌드에 쉽게 적응하고 동화되며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아이들에게 오롯이 떠맡겨야만 하는 일일까.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정책이나 대안 제시가 시급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