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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Jan 11. 2022

일반고에서 의대 입학하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우리 아이가 이번에 불수능을 뚫고 일반고에서 의대에 당당히 합격했답니다. 자사고나 과학고, 외고, 영재고와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학교에서 의대에 합격한 것이 아니라 일반고를 다녔습니다. 요즘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의대에 기득권층은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은 그 자녀를 대물림하기 위해 N수를 시켜서라도 의대에 보내려고 한다는 소문도 있으니 놀랍습니다. 백세시대 평생 면허 때문일까요, 코로나로 인한 건강 염려증 때문일까요. 우리 아이는 사립초등학교를 온 것도 아니, 기숙사 같은 시설이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특별한 중고교를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학교에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 끝에 정해 꾸준히 공부한 아이입니다. 각종 입시정보 업체나 유튜브에서 sky 위에 의대라고 들기도 하니 그런저런 연유로 더욱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수능시험이 있던 날 아이는 손편지를 쓴 것을 사진으로 찍어 수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폰에 전송해주었답니다. '이제 폰 끕니다.'라는 문자와 함께요. 지금까지 그 글을 다 읽지 않았습니다. 편지의 첫머리만 그날 봤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시험을 치기까지 도움을 줘서 고맙다. 혹시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고교를 졸업하면 성인이 되는 거니까 앞으로는 부모님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자기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것이다.'라는 자신의 수능에 임하는 각오와 부모를 안심시키려는 마음글의 첫머리에 적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에 입학하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입학한 고교에서 전화 한 통이 집으로 왔습니다. 입학생 대표 선서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니 선서를 할 의향을 내비치길래 그걸 하기로 했답니다. 입학식이 있던 날 신입생 대표 선서를 하고 그날 있었던 반장선거에 나가 당선되었습니다. 초중학교를 통틀어 처음 반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고교에 진학하면서 어떤 각오나 목표를 새롭게 가졌던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아이는 또 다른 학교 임원도 하고 봉사활동 시수도 축적하며 의대 입학을  목표로 고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의대는 수시 입학을 준비하더라도 대부분 수능 최저 기준이 적용되므로 교과 공부는 물론, 수시전형을 위해 평소에 다른 준비할 것도 많았습니다.


정시 입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학교 내신은 포기하고 오로지 수능 준비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수시 입학을 준비하는 경우 고교 3년 과정을 반영하는 내신을 관리해야 하고, 수능 최저기준도 충족시켜야 하니 이중 부담을 안고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고교 3년 동안  중간시험과 기말시험 총 12회의 시험을 관리해야 하고, 각종 수행평가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일반고 수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고교 3년을 보내며 학교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대회에서 발표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각종 교내 대회에도 나가 수상실적도 얻어야 했습니다. 대입 수시도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이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병행하여 준비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대회 수상만 생기부 기록에 올라간다는 말만 믿고 그렇게 학교생활에 충실하였죠. 코로나 시대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주어진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아이들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동아리 활동과 관련하여 유기견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여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다 주기도 한 기억이 납니다. 자사고나 특목고 아이들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에도 격주 주말에 참여하기도 했답니다. 코로나 시대 봉사활동으로 공원 벤치 소독작업은 물론 주변 지역사회 환경관리에도 틈틈이 참가하였습니다. 혼자 사시는 노인들께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고 전화를 드리는 활동도 있었습니다.


의대에 합격하긴 했지만 수시전형 과정을 몸소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학에서 평가하는 고교별 서열을 실감하였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작성되는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아보니 나름대로 일반고에서 최선의 결과를 성취했으나 자사고나 과학고, 영재고 등의 자기소개서와 비교되기 어렵다는 현실에 놀라기도 했답니다. 교육부가 고교 정상화를 외치고 그렇게 홍보하면서 애초 서로 다른 레벨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낙담하기도 했습니다. 왜 기득권층이 특별한 고교 입학올인하며, 각종 실적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 몸으로 체감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중고교를 거칠 수많은 수험생들과 그 학부모들은 기존 입시제도의 차별적 요인을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공부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잡한 퍼즐에 대응할 수 없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시험에 올인하여 정시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는 고교에서 성취했었던 여러 가지 기록들 중에 일부만 활용한 경우입니다. 학업성적인 3년 간의 중간, 기말시험에 따른 내신성적과 대학에서 제시하는 수능시험 최저기준 충족만 반영하여 의대 입학이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봉사시간이나 교내 대회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 반장이나 임원 경력 등 학생부 종합전형에 활용되는 자료들은 실제로는 없어도, 의대 입시에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들이었지요. 어쩌면 보기에 따라서는 핀셋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대입 준비 상의 시행착오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지나고 보면 우리네 보통의 부모들은 이런 우를 범하기 쉬울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20%라는 큰 점수를 반영하는 MMI 면접이 개인별로 60분씩 실시될 때 답변에 참고가 많이 된 것 같았습니다. 


중고교 6년 아니, 12년을 아이와 동행하며 어떤 즐거움을 함께 하고 도움을 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모든 부모들이 다 그렇듯이 자녀가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늘 곁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움직인 것 같습니다. 의사의 길은 힘이 많이 든다고 하니 쉬운 길을 조언하기도 했지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여 의대를 목표로 정하기도 했답니다. 이제 힘든 의대 과정을 거쳐갈 아이가 어떤 공부들을 하게 될 것인지 귀동냥으로 정보를 수집하있답니다. 긴 시간 힘든 과정 속에 있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공부를 돕지는 못할지언정 그 과정의 고충은 함께 의지하고 나누며 동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시 합격이 결정된 후 나름대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먼 곳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PT를 받기도 하, 그런 일을 위해 틈틈이 알바를 하기도 합니다. 합격증을 등록하고 앱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알바도 있고, 예전 중학교 근처 빵집에서 주말에 알바를 하기도 합니다. 또 내신관리를 하는 후배를 지도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생활도 자기 주도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제는 한 걸음 떨어져서 또 다른 동행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자녀교육은 길고 긴 동행이고 어쩌면 긴 여정인 것 같습니다. 끝이 나거나 멈추는 것이 아니니 즐기며 함께 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만남은 운명이고 숙명입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서로가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도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가족이며, 삶이고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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