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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와 가풍, 가훈

자식 농사에 가풍이나 가훈이란 것이 필요할까. 예전엔 그랬다는데...

by 나꿈



지금은 가풍(家風)을 생각할 때인가. 세상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물질만능적 삶의 행태를 접하며 삶 자체에 어떤 불안감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작은 단위인 가족 집단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가족의 생활양식인 가풍이 각 가정에 뿌리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풍을 가꾸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나면 우리 사회는 더 건전하고 건강해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분주하게 너도나도 어디론가 급히 쫓아가고는 있지만 그 목표나 방향이 무언지 혼란스러운 느낌이 든다. 세상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볍고 사회나 국가를 이끌 무게감 있는 원로나 신뢰를 주는 지도층 같은 것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안갯속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등불 삼아 살아가야 할까. 불현듯 가풍이나 가훈을 통해 가족과 자식을 사랑하는 옳은 방법을 실천으로 본을 보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세태가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나만 그렇게 느끼고 사는 걸까. 딱히 의지하거나 믿을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자랄까 걱정이 앞선다. 이것이 노파심일까. 어쨌든 뭔가 본이 되고 기본이 되는 어떤 것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자식들도 그 자녀들을 올바르게 사랑하게 되고 그것은 또 다른 본보기가 되어 대대손손 전해지지 않을까. 가풍이나 가훈이 갖는 작지만 확실한 힘은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일까.




가풍(家風)은 한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풍습(風習)이나 범절(凡節)을 말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먼 과거의 부계(父系) 조상으로부터 미래의 자손들에게로 시간을 거슬러 연속선상의 한 시점에 가풍이란 것이 존재해온 것 같다. 가풍이 확고히 정립된 집안에서는 세대가 바뀌어도 가족의 생활양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나라나 사회도 그런 가풍을 가진 가정이 많아지면 건강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는가. 오늘날은 부계나 모계를 떠나 부부가 함께 하는 한 가정의 정신적 지주로써 가풍이나 가훈을 이어가면 어떨까. 이것은 물질문명의 범람 속에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그 바탕이나 근본을 지탱하는 하나의 탄탄한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이 가정마다 가풍이나 가훈이 다르기 마련이다. 예절을 중시하는 집안, 조용하거나 활기찬 집안, 우애가 돈독하고 훈훈한 집안, 봉사하고 베푸는 삶을 즐기는 집안, 서로 간에 이해관계를 심히 따지는 집안, 인심 좋은 집안, 콧대 높은 집안, 서민적인 집안 등 그 유형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 가풍이란 한 집안 구성원들의 공유된 생활관습이 알게 모르게 표출된 그 집안 특유의 생활양식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가풍 속에서 자라났으며, 어떠한 가풍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삶의 모습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이처럼 가정의 풍속과 규율을 가꾸고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겉치레에 현혹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법과 탐욕을 추구하는 사회 풍조가 큰일이다.




물질문명보다는 정신문화를 귀히 알던 시대의 사람들은 가풍을 매우 중시했는데, 요즘에 와서는 그것을 예사로 아는 경향이 있다. 아니 아예 잊히고 없으며 젊은 세대는 그런 것이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고 관심 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대대로 전해오는 것이니 어른들의 무관심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가정이라는 단위가 사회 속에 존속하는 한 가풍은 형성되기 마련이고, 나쁜 것들이 가정 밖으로 파급되게 되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 한 템포 쉬어가며 진지하게 '내 집의 가풍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젊은 부부나 나이 든 부부나 모두의 가정에 한 번쯤 가풍이나 가훈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길 기대해 본다.




가풍은 저절로 형성되기도 하겠지만, 가족들이 기대하는 생활모습을 일정하게 정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그것이 모여 가풍이라는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이란 다양한 형태의 실천적 교육을 의미하며 가족끼리 차 한잔을 함께 하는 모습이나 작은 가족회의 등에서도 가풍은 생겨날 수가 있다. 명절엔 가족 모두 유익한 체험을 떠나거나 특별한 날을 기념해 산행을 수년째 가는 가족이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가훈을 정하는 것이나 가족사진을 찍고 벽에 거는 것 등 가족끼리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들이 일정한 텀으로 계속된다면 모두 현대적 의미의 가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풍이란 한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생활 관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돈과 권세가 전통과 윤리를 뒤엎게 되는 일들이 지속된다면 세상은 어찌 변할까. 지금 우리 사회나 가정에서 그런 풍조는 없는지 다 함께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한 때 많이 읽혔던 책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는 과학의 신뢰 상실을 강하게 꼬집고 있다. 즉, 물질만능이나 과학기술이 능사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소확행이란 말의 유행도 이런 것들과 괘를 같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부장제 가족제도 아래에서 가풍의 계승이 중시될 때, 가풍은 단순한 생활 관습에 그치지 않고 가족의 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이 되며, 윤리적인 법도(法度)를 형성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 가풍이나 가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내 가정에 알맞은 가풍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좋은 가훈 하나 가지고 사는 것은 우리 집 가풍, 가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풍을 가품 [家品]이라고도 하니 한 가정의 품격이나 품위와 관련이 깊다고 봐야겠다. 품위 있는 가정과 집안을 만들고 자식을 키우는 지침이 되는 일이라니 정말 매력적이다. 여러 가훈 가운데 '천상 운집'이란 글이 떠오른다. '천 가지 좋은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니 좋은 일들이 매일같이 가족들에게 모여들면 그 집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열 가지도 백 가지도 아니고 천 가지 좋은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니 그 글을 매일 보는 것만으로도 가정이 화목해지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또 다른 좋은 가훈들도 챙겨보며 맘에 드는 가훈을 하나 만들어 가풍을 세우게 되면 자식 농사는 저절로 되지 않을까. 모두가 품격 있는 집안을 만들어가게 된다면 한 개인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나 나라의 품격 또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양분을 먹고 자라나는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은 또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까. 선한 영향력 속에서 자연스레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일취월장 뻗어나가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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