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한결같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좋은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무슨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면 그것이 좋은 일인지, 아니면 나쁜 일인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아마도 내게는 남이 보기에 버리지 못하는 나쁜 습관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좋아서 계속하는 일 중에 10년 이상 계속하고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하고 있다면 그것은 때로는 매우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쌓이게 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지금 시점에서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10년 이상 하고 있는 일 중에 거의 20년 이상 계속하고 있는 일이 있다. 그중에서 으뜸으로 하고 있는 일을 한 가지 들자면 '낫또'를 매일 조금씩 섭취하는 일이다. 정확히는 매일이 아니고 가끔 빠뜨리는 날도 있지만 꾸준히 섭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음식 중에는 청국장이 슬로푸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김장이나 각종 장류 등 대부분의 발효식품들이 슬로푸드에 속해 느린 삶과 어울리는 음식들이다.
젊은 시절에 찬 음식을 먹거나 긴장된 생활 속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장이 탈이나 기력이 떨어졌던 일이다. 간혹 늦게까지 글을 쓰거나 논문을 준비할 때 장이 좋지 않으면 그다음 날은 상쾌한 출발이 되지 않아 힘든 하루를 보내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좋다는 약도 복용하고 잘 알려진 건강음식으로 도움을 받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것마저 신경을 쓰이게 하고 장을 예민하게 하는 일이 되기도 했다.
장은 제2의 뇌라는 말이 생각났다. 장과 뇌는 약 2천 가닥의 신경섬유로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는 행복이나 만족감, 불안, 두려움 등과 같은 감정들이 뇌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하지만 장과 뇌는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장이 하는 일에 따라 뇌도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뇌의 작용으로 예민한 장을 컨트롤할 수도 있고, 장을 안정화시켜 뇌에 좋은 신호를 줄 수 있다니 놀랍다.
30대 중반에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혼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때 일본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낀 것은 그들도 발효 음식을 애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대표 발효식품으로는 '낫또'를 들 수 있다. 일본 음식 중에 매실을 절인 '우매보시'라는 것도 있지만 식사 대용으로 자주 애용하는 것은 역시 낫또였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장탈이 나서 기운이 없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대출하여 읽고, 보고서도 써야 하는데 장탈이 나면 고생이 두 배로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곳에서 청국장을 구하는 것보다 유사한 발효식품인 낫또를 구하는 것이 더 쉬웠다. 편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그때부터 먹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음식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섭취하고 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낫또는건강식품일까? 낫또는 간편하고 적은 양을 먹어도 한 끼를 해결하는데 적당해서 애용하기 쉬운 편이다. 장탈이 나면 금세 기력이 소진되고 수분 흡수가 안 되어 기운이 떨어지니 약해지는 몸의 변화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낫또를 섭취하면서 그런 현상이 줄어드니 매일 혹은 가끔 섭취하게 된 것 같다. 빠른 쾌유를 위해 지사제나 정장제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장은 예민하여 낫는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가더라도 슬로푸드를 섭취하는 게 더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주로 아침에 낫또를 먹는 습관이 생겼다.
천 원 정도면 한 끼가 해결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과거에 청국장 콩을 구입하여 집에서 청국장을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낫또는 포장 제품이 나오니 그걸 이용하면 너무 간편하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힘이 들거나 끝이 좋지 않으면 그만두기 마련이다. 그런데 섭취하면서 속이 편하니 그 일을 계속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장에 크게 트러블이 생기지 않으니 장탈이 나서 낫또를 먹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그냥 생각나면 가끔 먹곤 하는 편이다. 장이 예민하면 느긋한 생활이 필요하다. 슬로푸드도 그런 면에서 장과 궁합이 맞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같이 어울려서 느린 것을 선호하다니 그것 또한 새로운 발견이다. 우리 몸의 신비는 느린 것을 더 잘 받아들이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까.
혹시 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거나 불편이 따른다면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하고 작은 일이 진짜 삶의 지혜인 경우도 많다. 음식도 그렇고 약도 그렇고, 여가를 보내거나 운동도 그런 것 같다. 건강한 생활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느린 삶이 빠른 삶이 될 수 있고, 슬로푸드가 보약보다 더 몸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삶의 오묘한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장과 뇌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기는 아닐까. 장작으로 구들장에 군불을 지피면 오랫동안 온도를 유지하듯이 느린 음식도 그런 이치와 통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해 놓고 살아가지 말고, 살면서 맞추어 가는 삶이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행복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주로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