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토지문화관 창작실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들어온 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다. 처음 소설을 쓰면서 이곳에 다녀가는 무수한 작가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길 가볼까, 나는 정말 소설가가 될 수나 있을까,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부러워만 했었다. 소설을 쓰기 전에도 이미 이곳을 관람객으로 다녀갔었다. 어디 이곳뿐인가. 선생님이 처음 원주에 정책해 사셨던 단구동 옛집, 하동 박경리 문학관은 물론 멀리 통영 묘소와 박경리 기념관까지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되고 나서도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마음에 줄곧 쫓아다녔다.
문화기행전 참여작가 전체 사진
평소 쓰시던 모자
생전에는 감춰두고 공개하기 싫어하셨던 상과 상패
병중에도 창작대신 토지의 잘못된 부분을 교정 보셨다니
즐겨입으셨던 옷ㄱ
집필하실 때 쓰셨덧
사진 오른쪽 끝자리 내 자리 그 왼쪽에 앉아 계신다고 생각
오가면서 인사드리는
내 방 매지사 501호
창작실 입주작가 신청을 하고 기다리던 중 지난 6월 문학회에서 마침 이곳으로 문학기행을 오게 됐고 이곳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입주작가 선정 문자를 받았다.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선정되어 지난 9월 2일 창작실 두 곳 중 한 곳인 매지사 501호의 입주작가가 되었다. 아침 간단한 자율식과 점심과 저녁 맛있는 식사가 제공되고 24시간 아무 방해 없이 글 쓰고 책 읽고 산책하며 보내고 있다.
이번에 특히 외국 작가 다섯 명이 함께 입주해 나 포함 국내 작가 9명과 함께 두 곳의 창작실에 나뉘어 생활하고 있는데 작가 간 상호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오늘은 문화기행 프로그램이 있었다. 박경리 뮤지엄과 생활하시던 공간까지 개인적으론 세 번째 방문인데도 다시 또 감동하며 관람했다.
오늘 돌아보며 가슴에 깊이 새겨진 글귀들을 간직하고 싶어 브런치에 글로 남긴다.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 동상 아래 새겨진 글로 내가 품고 사는 글
"이제부터 나는 써야 할 작품이 있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의 것을 모두 습작이라 한다. 그것을 쓰기 위해 아마도 나는 이 삼 년을 더 기다려야 할까 보다. "- 토지 집필을 시작하시기 전 <창작의 주변> (Q 씨에게) - 세상에 습작이라니!
그리고 뭉클하게 했던 글 앞에서 정말 눈물 날 뻔했던 글
멀리서 더러 보기도 하지만
방 안에서
나는 그들을 느낄 수 있다
논둑길을
나란히 줄지어 가는 아이들처럼
혼신으로 몸짓하는 새 새끼처럼
잔망스럽게 혹은 무심하게
머물다 가는 구름처럼
그들은 그렇게
내 마음에 들어오는 대상이다
회촌 골짜기를 떠나 도시로 가면
그들도 어엿한 장년 중년
모두 한몫을 하는 사회적 존재인데
우습게도 나는
유치원 보모 같은 생각을 하고
모이 물어다 먹이는
어미 새 같은 착각을 한다
숲 속을 헤매다 돌아오는 그들
식사를 끝내고 흩어지는 그들
마치
누에고치 속으로 숨어들 듯
창작실 문 안으로 사라지는 그들
오묘한 생각 품은 듯 청결하고
젊은 매 같이 고독해 보인다
<산골 창작실의 예술가들>
우리가 생활하는 그대로를 지금도 낱낱이 보고 계신 것 같지 않은가.
나는 한 번씩 바람 쐬러 나와 방황하듯 창작실 주변을 배회한다. 그러다 여기저기 앉아있곤 하는데 그중 장독
대 앞 의자에도 자주 않는데 거기 앉을 땐 꼭 한쪽으로 비켜 앉는다. 그럼 그 옆에 선생님이 같이 앉아있는 기분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