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나라의 삐딱한 서빙 문화
이상하고 자유로운 서빙 문화
by 자유로운 글쓰기 여행자 Sep 17. 2022
오후 두 시, 골목을 돌아보다 브런치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별달리 먹을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 보니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정하고 적당한 카페로 들어갔다.
독일엔 대부분 매장에 에어컨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면이 유리인 벽은 당연히 활짝 열려있고 야외 테이블은 만석. 독일인들처럼 야외테이블에 미련이 없는 우리는 매장 안 그나마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유는 단 하나, 그 자리는 해가 들지 않는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이라 슬슬 한가해질 시간이지만 이들은 아직 한창 시간. 아침을 걸러 배도 고프고 쓱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메뉴가 있어서 금방 주문을 받고 바로 서빙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
종업원들은 눈이 마주쳤는데도 바로 오지 않는다. 종업원들끼리 계속하던 대화를 이어가고 휴대폰을 확인하고 물도 한 모금 마신다. 그러려니 하다가도 은근히 약이 오른다. 심지어는 ‘저것들이 우리가 동양인이라고 깔보는 건가’ 하는 자격지심까지 은근슬쩍 비위를 건드린다.
드디어 다가오는 종업원, 눈이 마주쳤으니 우리에게 오려니 했는데 한 테이블 건너 테이블의 남녀에게 간다. 잠시 뒤 그녀가 우리 옆 테이블에 엉덩이를 턱 걸치고 서서 한참 동안 주문을 받는다.
돌아선 그녀, 당연히 우리의 주문도 받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 테이블의 주문만 받고 쌩 가버린다.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다. 종업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들의 서비스 문화를 익히 알고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충분히 기다렸다고, 인내심에 한계가 느껴질 즈음 메뉴판을 들고 다가오는 그녀.
“Hallo”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경쾌한 인사말. 잠시 꽁 했던 마음이 무장해제되면서 스르르 풀려버렸다.
그것도 잠시,
옆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친 채 식전 음료 주문을 받는다. 이건 정말 무슨 시추에이션? 이렇게 자유분방한 서비스라니. 방글방글 웃으며 주문을 받는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가 자꾸 신경 쓰이면서도 이상하게 그게 기분이 나쁘기보다 새롭고 재밌게 느껴졌다.
다음 주문을 받으러 와서도 그녀는 여전히 옆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친 채다. 마치 ‘나는 너희에게 주문받고 서빙하는 게 일이야. 내 태도는 문제 삼지 마.’라고 의사표현을 하는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고 경쾌하다.
고객 응대를 문제 삼아 사회면에 실렸던 몇몇 기사들이 떠올랐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던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불손해 보이는 이런 서비스를 경험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느새 자꾸 비교하고 있다. 나 자신 역시 ‘손님이 왕’이라는 이상한 의식에 왕처럼 군림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왕 까지는 아니지만 서빙 외의 친절과 상냥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곳은 기피하고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내 의식 속에도 왕처럼 군림하고 싶었던 저급한 생각이 똬리 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 중에 서비스를 겪으며 나 스스로가 많이 부끄러웠다. 왜 독일에선 자연스러운 것이 내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불손한 일이 돼 버렸을까. 작은 것에 연연하느라 정작 큰 것을 놓치며 살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당연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