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일
국경을 넘는 일과 하루 동안 3개국 식사하기
by 자유로운 글쓰기 여행자 Sep 29. 2022
독일은 덴마크,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위스, 체코, 폴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와 접경해 있다.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독일 여행 중 주변국 여행이 수월하다는 뜻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중에 가장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를 선택했고 이에 지성은 장담했다.
“엄마, 12시간 안에 3개국을 넘나들며 식사하게 해 줄게. 아침은 룩셈부르크에서, 점심은 프랑스에서, 저녁은 다시 독일에서.”
그렇게 이 미션이 시작되었다.
국경을 넘는다면 떠올리는 몇 가지가 있다. 검문소와 딱딱한 인상의 근무병, 여권 등의 서류. 그런데 독일에서 룩셈부르크로 오면서 기대했던 국경 넘기는 긴장은커녕 시시해서 헛웃음이 다 났다. 아무리 유럽 연합이라지만 국경 사이 검문소는커녕 자동차를 세울 필요도 없이 그렇게 시시하게?
“엄마 조금 있으면 국경을 넘을 거야. 저 앞을 보세요.”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Luxembourg A1 E44라고 적힌 파란색 이정표 밑을 통과했다. 그것으로 끝.
“엄마는 지금 막 독일 국경을 넘어 룩셈부르크로 오셨습니다.”
지성이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나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룩셈부르크의 아침
룩셈부르크에서 하루 동안 알찬 여행을 하고 떠나는 날 아침이다.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고 브런치 카페로 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트램을 타고 신시가지로 나가 와인 숍에서 지역의 모젤 와인 두병을 사고 지성이 극찬하는 마카롱을 샀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마카롱 전문점인 ‘라뒤레’ 매장을 만난 지성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직접 프랑스 매장에 가서 구입할 수는 없지만 그 기분만은 만끽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프랑스의 점심
전날과 똑같은 방식으로 순식간에 프랑스 국경을 넘어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역인 스트라스부르크에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스트라스부르크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지역에 있으면서 두 나라에 번갈아 편입됐던 곳이라 양쪽의 문화가 섞여있는 곳이다.
스트라스부르크는 아기자기하고 특히 운하가 특별한 곳이다. 배를 양쪽 수문 안에 가둬 물을 채우고 띄운 후 수문을 열어 운항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지나는 운하 위 인도교를 배 운항 시간에 맞춰 한쪽으로 비켜 놨다 다시 설치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수로 양쪽의 목재로 지은 집들은 아름다웠고 관광지답게 복잡하지만 아기자기해서 특히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였다.
알자스 지역 음식 전문점을 찾았다. 독일의 슈바인 학세와 비슷한 음식을 주문했는데 양배추 절임인 자우어 크라우트가 함께 나와서 독일 음식 같았다. 그 역시 지리적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점심을 먹고 거리 곳곳을 관광객 콘셉트로 누비고 다녔다.
노트르담 대성당
그렇게 웅장하고 섬세하게 지어진 교회를 아직 보지 못했기에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감동적이었지만 삐딱한 생각이 고개를 쳐들고 올라왔다. 교회를 이렇게까지 지었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 비단 교회뿐 아니라 그 옛날 웅장하고 뛰어난 건축물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얼마나 무수한 사람들의 노고와 피와 땀이 동원됐을까. 신이, 아니 예수가 과연 그것을 좋아했을까.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처음에 마냥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가 다 돌아보고 나오는데 왠지 마음에 돌덩이 하나 얹어놓은 기분이었다.
이 지역 역시 와인이 유명하다니 떠나기 전 와인 숍에 들어 와인 네 병을 샀다. 그런 후 프랑스의 중심은 아니지만 어쨌든 프랑스에 왔으니 그들의 간식인 에끌레어를 먹어봐야 한다는 지성. 어렸을 때 읽었던 오이시 마코토의 <초콜릿 전쟁> 속 에클레어에 대한 묘사를 잊을 수 없다는 지성. 그 이야기를 하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고 정겹다.
독일의 저녁
다시 독일이다. 우리가 2박 3일간 여행할 프라이부르크는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여행 책자에서 보고 관심이 생겨 지성에게 가보고 싶다 했더니 놀랍게도 지성이 이미 휴가지로 계획한 곳이었다. 역시 내 취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딸이라서 다시 한번 놀랐다.
“자 12시간 동안 3개국 식사하기 마지막 미션, 저녁 식사하러 가볼까요?”
처음 맛보는 바나나 바이젠(바나나 맥주)-하여간 섞는 거 정말 좋아하는 독일인들, 바나나 주스를 맥주와 섞는 독일의 여름 맥주이다-도 마시면서 독일식 저녁을 주문했다. 마크가 결혼식을 하고 우리 집에 머물 때 우리에게 처음 해줬던 독일 음식인 슈패츨레(Spaetzle)를 오리지널로 먹어보았다. 슈패츨레는 특히 우리나라 음식인 올챙이국수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게 만들어져 면의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역시 음식은 곧 추억이 된다. 어쩐지 그때의 맛이 떠올라 어느새 익숙한 맛이 된 것 같았다. 다른 음식보다 특별히 기억될 추억의 독일 음식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아침은 룩셈부르크에서 점심은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저녁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먹었다. 유럽연합이고 독일의 지리적 특성상 가능한 일이었다.
12시간 안에 3개국 돌기와 각 나라 음식 먹기 미션. 직접 해보지 않고는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해낸 기분이 참 묘했다.
반도국 국민으로 태어나 50년이 넘도록 살면서 대륙으로 통하는 한쪽은 막혀있고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고 까다롭고 긴장되는 출입국 절차를 걸쳐야만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 나로서는 그 시시한 국경을 넘는 일의 기대감이 어이없이 무너지는 순간 들이었다.
12시간 안에 3개국 방문과 식사하기는 그렇게 별 어려움도 긴장도 없이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