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룩 룩셈부르크

룩 룩 룩셈부르크 하루 여행

나는 왜 언제부터 룩셈부르크에 오고 싶었을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유럽의 작은 나라, 부자나라 룩셈부르크가 궁금했었다. 룩셈부르크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크라잉넛의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그때마다 룩 룩 룩셈부르크, 아아 아르헨티나 흥얼거리곤 했다. 단순히 노래 때문이었다면 룩셈부르크 뿐 아니라 가사에 나오는 아르헨티나, 사우디, 차이나, 아메리카 등 수많은 나라들은?

독일 여행을 계획하면서 지성은 나에게 이번 여행 중 가보고 싶은 주변국 한 군데만 선택해보라 했다. 나는 주저 없이 룩셈부르크라고 대답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처럼 비슷한 거리의 나라들이 있었지만 미련 없이 룩셈부르크를 선택했다. 하고 싶은 건 꼭 해보고 말겠다는 의지는 꼭 이런데 서만 발휘가 된다.

나는 지금 그 룩셈부르크에 와 있다.

룩셈부르크역 앞의 작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시내 중심가로 갔다. 국민소득 세계 1위의 나라라더니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다.

중심가에 도착해 보니 마침 일요일이라 그런지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한 골목이 많다. 대성당을 지나고 대공이 살고 집무실로 쓰이는 그란듀갈 궁전 앞 광장을 둘러보아도 마찬가지로 인적이 드물다. 유령의 도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영문일까? 우선 뭔가를 좀 먹어야 해서 식당을 찾아가니 그나마 식당과 술집에만 사람들이 넘쳐난다.

어느 집이나 꽃이 피어 눈이 즐겁고 오래된 건축양식에 호기심 천국이던 독일의 비스바덴에 비해 꽉 채워져 갑갑한 도심, 말쑥하게 잘 차려입은 신사 같은 룩셈부르크 시내.

낯선 나라 새로운 도시에 왔으니 그곳의 역사를 알고 싶다. 대중교통과 마찬가지로 박물관의 역사와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어느 곳을 가나 박물관을 필수코스로 가게 되니 이곳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더욱이 관람객이 아주 드물어 관람하기 더욱 좋았다.


룩셈부르크는 요새 위에 세워진 도시답게 협곡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들이 특히 장관이다. 작은 나라이니 주변국의 침략이 많았을 것이고 그러니 협곡을 이용했을 것이다. 유럽의 발코니라 부르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절벽 위 포대와 요새 위를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특히 50미터가 넘는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도심과 주변 경치에 마음을 빼앗겨 버릴 만했다.

절벽 아래 강가를 산책한 후 다시 절벽 위 시내 중심가 아르메 광장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주문한다. 식전주는 역시 룩셈부르크 모젤 와인. 한적하기만 했던 광장 주변이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북적거리는 도시다웠다. 주변의 골목들은 역시 고요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다.

룩셈부르크의 모젤 와인은 맛이 뛰어나지만 해외로 수출하지 않는다. 내가 룩셈부르크에 관심을 가진 것의 시초는 어쩌면 룩셈부르크산 이 모젤 와인 한 잔에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숙소 근처의 광장에서 다시 와인바를 방문해 와인 한 잔씩을 더 마셨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방문할 기회가 없을 것을 잘 알기에 룩셈부르크를 떠나면서 와인 숍에서 모젤 와인 두 병을 샀다.

그란듀갈 궁전 앞 광장

역 근처의 야경

절벽 아래서 바라보는 보크 포대

야간에 트램을 타고

제발 훔쳐보지 말라는 말을 어겨 인어가 됐다는 전설 - 시내 같은 강가에서 만난 인어 아가씨

절벽 위에서 바라본 구 도심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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