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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로 살아남기

디지털바보

어쩌다 보니 작업실이란 걸 얻게 됐다

또 어쩌다 보니 임대료와 공과금을 둘째의 계좌에서 자동이체  하기로 했다.

혹자들은 내가 딸 셋 낳아 알뜰하게 본전을 빼먹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고

암튼

공간을 다 꾸미고 공과금 자동이체가 남았다.

둘째는 유치원 교사고 집에서 먼 곳으로 출퇴근하느라 귀가가 늦다

밤에 전기요금은 휴대폰으로 명의변경과 자동이체를 해결했다.

문제는 가스요금이었다.ㅡ생각하면 벌써 열이 오른다

가스는 취사용은 사용하지 않을 거고  막음 장치가 돼있는 상태고 난방만 할 건데 이미 난방은 하고 있는 상태라 기사방문이 필요 없다.

24시간 본인이 전입신고와   그에 따른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안내를 따라 서비스 이용을 시도하기로 했다.

물론 낮이나 밤이나 고객센터 상담원 연결은 절대로 되는 일이 없다ㅡ

1544-3002번으로 백 날 전화 해봐야 내 손가락에 관절염이 먼저 생길 지경이다.

신호가 가고 수십 초 후 자동으로 넘어간다

선택은  보이는 ARS,  말로 하는 ARS, 카카오톡 연결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딸이  하기에 앞서 낮에 내가 직접 해보려니 상담원 연결이 안 되고 ARS신청을 해보려니 명의자인 딸의 휴대폰 인증이 필요했다

그날 밤늦게 귀가해 전기요금 관련 건을 끝내고 도시가스 건을 ARS로 시도하던 딸은 점점 인상이 일그러졌다.

인증번호는 분명 발송됐다는데 아무리  기다리고 재발송 신청에도 발송 됐다면서 발송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다음으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스무 번쯤 시도하다 실패

다음날 출근 전에 시도해도 전과 마찬가지 상황 무한 반복

아침 8시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전날 발송된 20여 건의 발송문자 한꺼번에 전송되더란다.

미터기 사진등이 필요해 전입신고 실패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어제는 내가 상담원과 직접 통화해 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상담원 연결은 절대 될 일이 없다는 듯 한결같이 ARS로 넘어갔다

그나마 제대로 실행도 안 되고 툭하면 중간에 제멋대로 끊겨버리고

나 정말 사리가 한 말은 쟁여졌을 것이다. 열 번쯤 시도하다 포기 ㅡ오기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었다ㅡ

어젯밤 결국엔 다음 주 월요일 기사 방문요청 신고로 마무리 지었다

도대체가 이놈에 나라

중간이 없다

디지털화하려면 끝장나게 하던지

이건 중간이 없이 이게 뭐란 말인가

나 같은 낀 세대가 이렇게 어려운 지경이면 나보다 더 한 세대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식당이나 어디나 전부 키오스크가 종업원을 대신하고

그래 그런 것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이런 공과금 문제까지 이건 아니지 않냐 말이다

어느 시인이 일본에 다녀오더니

일본은 아날로그라 좋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럴 거면 정말 아날로그 좀 허용해 줘라

디지털과 친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고 이러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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