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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복 Dec 15. 2024

MVP는 잊어라, MVE를 기억하라

MVP는 충분하지 않다. 진짜 가치는 MVE에 있다.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진짜 승자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자들이다. 많은 스타트업의 시작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창업자는 갑작스럽게 문제와 그 해결책을 떠올리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접근 방식이 실패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통계에 따르면, 약 10%의 스타트업이 1년 이내에 실패하고, 그 후 2~5년 사이에 약 70%가 문을 닫는다. 결국 10개 중 1개만이 살아남는다. 여러 스타트업의 초기부터 기업 성장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성공의 비결보다 그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에 더 많은 교훈을 얻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때로는 직감을 기반으로 아무런 검증도 없이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거나, 과도하게 투자하여 너무 많은 기능을 담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종종 "MVP(최소 기능 제품)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MVP'가 아니라 최소 가치 경험(MVE, Minimum Valuable Experience)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서 V는 'Viable(실행 가능)'이 아니라 'Valuable(가치 있는)'을 의미한다. 


에디슨의 교훈: MVE의 진짜 의미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다고 학교에서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에디슨이 최초의 전구 발명자는 아니었다. 그전에 이미 에베니저 키너슬리(Ebenezer Kinnersley),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 조지프 스완(Joseph Swan) 등이 다양한 형태의 백열전구를 개발했다.


그럼 에디슨은 무엇을 했을까? 그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대신 "해결책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당시의 전구는 '실행 가능(Viable)'했으나 '가치(Value)'가 부족했다. 수명이 짧고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수천 개의 필라멘트 재료를 실험한 끝에 1879년에 탄소 필라멘트를, 1880년에는 탄화 대나무 필라멘트를 발견하여 1,000시간 이상 지속되는 전구를 탄생시켰다.

에디슨이 개발한 것은 단순한 'MVP'가 아니라 'MVE'였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최소 가치 경험(Minimum Valuable Experience)"을 만들어낸 것이다.


MVE를 만드는 방법: A.C.T. 프레임워크

MVE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A.C.T.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Audience(청중), Communication(소통), Touchpoints(접점)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1. Audience(청중)  

대상: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핵심 질문: 우리의 이상적인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이 단계에서 고객의 니즈, 행동 패턴, 목표 등을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인구 통계에 의존하지 말고, 고객의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 Communication(소통)  

대상: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핵심 질문: 고객에게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고객의 언어로 말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단순한 제품 설명이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변화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3. Touchpoints(접점)  

대상: 어디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핵심 질문: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채널과 기회는 무엇인가?  

웹사이트,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 고객이 접하는 모든 접점을 활용하라. 이 접점을 통해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때로는 단순한 대기자 명단 페이지 하나로도 충분할 수 있다.


A.C.T. 프레임워크의 예시

예를 들어, 비알코올 맥주 제품을 출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Audience(청중): 단순히 연령, 성별, 지역으로 구분하지 말고, "술을 마시고 싶지만 건강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심리적 특성에 집중하라.  

Communication(소통): "맛은 맥주와 똑같지만, 다음 날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라.  

Touchpoints(접점):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공유하라.  


MVE의 성공 사례: 당근마켓

MVE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한국 사례로는 '당근마켓'이 좋은 예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단순한 중고 거래 앱 이상의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했다. 당근마켓의 초기 성공 비결은 사용자들이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역 기반의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은 전국 단위의 택배 거래에 의존했지만, 당근마켓은 사용자가 가까운 이웃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여 거래의 속도와 신뢰를 높였다.


또한, 당근마켓은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간편한 UI/UX를 제공했다. 불필요한 기능을 최소화하고,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작동하는 앱'을 넘어서서, 진정한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당근마켓은 단기간에 한국의 대표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마무리: MVP는 잊어라, MVE를 기억하라

MVP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MVE의 시대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작동하는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제공하는 경험'이다. A.C.T.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고객을 이해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라. 에디슨의 교훈처럼, 단순히 '작동하는 것'을 넘어서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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