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마다 네 눈빛이 나를 무너뜨려
아침 7시. 알람이 울리기 전, 순무가 내 이불 속을 파고든다. 작은 몸이지만 온기를 가득 품고 있는 순무 덕분에 잠에서 깨는 순간조차 포근하다. 그런 강아지를 두고 출근해야 한다니, 세상에 이보다 부당한 일이 있을까?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순무는 여전히 이불 속에서 꾸물꾸물 몸을 말아 잠들어 있다. 가끔 눈을 살짝 뜨는 듯하지만, 다시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코를 골기 시작한다. 마치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라는 표정으로.
순무에게 “나 출근한다?”라고 묻는다. 당연히 대답은 없다. 심지어 고개를 돌려버리기까지 한다. 한 번쯤은 아쉬운 눈으로 바라봐 줄 수도 있잖아? 온몸으로 무관심을 표현하며 더 깊숙이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보지만, 배웅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하지도 말라는 듯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얄밉고 귀여운지, 매일 같은 장면을 반복하면서도 또 마음을 홀딱 빼앗긴다.
‘진짜… 너 때문에 퇴사하고 싶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별별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게 된다. 상사와의 갈등, 끝없는 야근, 터무니없는 연봉…
그 많은 이유 중에서도 내 퇴사의 이유는 바로 우리 집 강아지 때문이다. 일하다가도 문득 순무가 떠오른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잘 자고 있을까? 아니면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회의 중에도, 점심시간에도, 퇴근길에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우리 집 똥개뿐이다. 사진을 띄워놓고 몰래 보면서 버틴다. 이쯤 되면 내 직업은 회사원이 아니라, ‘강아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퇴근길,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운 적이 있었나 싶다. 현관문을 열면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달려오는 너. 그 순간만큼은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도, 짜증도, 회의 속 스트레스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너를 끌어안고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묻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인생 뭐 있어? 퇴사하고 너랑 붙어 살 거야!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퇴사하고 싶은 이유는 너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내 인생의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봤다. 답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순무가 내 곁에서 꼬리를 흔들며 환하게 웃는 순간, 그게 바로 행복이다.
그러니까, 결심했어.
이제는 더 이상 네 눈빛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에 사직서를 쓸 생각이다.
4월이면 봄바람이 불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네 옆에서 실컷 함께 놀아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4월에 퇴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