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서면, 녀석은 어김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풀이 드문드문 난 곳을 발견하면 몸을 낮추고, 앞발로 땅을 부지런히 긁기 시작한다. 작고 빠른 발놀림에 흙이 사방으로 튀고, 콧등에는 흙먼지가 옅게 앉는다. 무엇을 찾는 것도, 감추는 것도 아니다. 그저 파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마치 어디든 구멍을 하나쯤은 만들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그 모습이 우습고도 사랑스러워 나는 종종 곁에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본다.
혹시 땅 밑에 뭔가를 숨기려는 걸까? 아니면 정말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걸까?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이유 없이 초조할 때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만 같아 이곳저곳을 헤매곤 했다.
책장을 뒤적이고, 음악을 찾아 듣고, 어쩌면 나도 녀석처럼 어딘가를 들춰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녀석은 한참을 파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툭툭 털고 다시 걷는다. 나는 그 모습이 조금 부럽다.
나는 그렇게 애써 파헤쳐도 여전히 무언가 부족한 느낌인데, 녀석은 어느샌가 만족한 얼굴로 다음 길을 향해 나아가니까.
생각해보면, 녀석에게 중요한 건 구멍 속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땅을 파보는 그 순간 그 자체일 것이다.
나도 그래도 되지 않을까. 꼭 뭔가를 찾아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마음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녀석과 함께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 파보지 않은 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