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쁨과 슬픔
창문을 여니 바람이 달라져 있다.
가을이 문턱을 넘어섰지만 햇빛은 아직 여름을 놓지 않았다.
문득 생각했다.
내 마음도 여름을 닮았구나.
뜨겁고 복잡해서 웃다가도 울컥하고 반짝이다가 금세 가라앉는 마음.
여름은 내가 가장 편하게 숨 쉬는 계절이다.
물 놀이 후 스며들던 수박의 달콤함.
얼음을 띄운 미숫가루에 느리게 녹아내리던 오후.
아스팔트 열기를 피해 편의점 파라솔 그늘에서 마신 탄산수.
캠핑장 고기 냄새.
여름밤 포장마차의 웃음.
바닷가 모래사장, 파도와 별빛.
장마 뒤 드러난 맑은 하늘.
모두 여름이 내게 건넨 것들.
그리고 다섯 해 전, 사랑하던 반려견이 떠난 날도 여름이었다.
그날 이후 여름은 내 안에서 기쁨과 슬픔이 겹쳐 앉아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기쁨은 그리움이 되고 모든 슬픔은 빛나던 시간에서 비롯된다.
햇빛이 눈부셔서 그림자가 짙듯, 웃음은 훗날 그리움으로 남고 먹먹한 기억도 한때 반짝였던 순간에서 온다.
눈물이 흘러도 여름의 열기 덕분일까, 금세 뺨은 말라버린다.
눈부셔서 더욱 짙은 계절, 여름. 그래서 여전히 여름을 사랑한다.
반짝임과 먹먹함이 함께 찾아왔다면 올여름도 충분히 살아낸 것이겠지.
오늘, 찰칵 #내가 좋아하는 초저녁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