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찰칵 #2 로망은 누구나 있지요

조금 어설프지만 설레는 지금

by 김효진

발레를 배운 지, 벌써 네 달.

어릴 적, 발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하늘하늘한 발레복, 우아한 동작, “와, 저건 사람이 아니라 요정인가?”

그 모습이 멋져 보여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엄마가 나를 발레학원에 보내주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내 돈으로, 내 힘으로, 그 로망을 오늘, 여기에서 실현하고 있으니까.


거울 앞에 서서 발끝으로 몸을 지탱할 때면, 어릴 적 꿈꾸던 나와 지금의 내가 살짝 겹쳐진다.

초보라 동작은 아직 엉성하지만, 그 어설픔조차 나를 설레게 한다.

발레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건 작은 발견이다.

손끝 하나, 발끝 하나, 허리와 어깨가 조금만 움직여도 몸 전체가 달라지는 걸 느낄 때면,

“와,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싶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하루 종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스트레스가 살짝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

오늘 하루, 나에게 주는 아주 작은 선물 같은 순간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이루지 못한 꿈은 잊어버려라.” 하지만 나는 말한다.

작은 로망이라도 마음 한켠에 품는 순간,

그 짜릿한 설렘이 하루를 훨씬 더 유쾌하게, 훨씬 더 부드럽게 만든다고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있던 로망은, 어느 날 문득, 작은 계기 하나로 다시 살아난다.

작은 빛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그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를 조금 더 살아있게 만드는, 아주 달콤한 설렘을!


오늘, 발끝에서 끝난 하루는 누구 눈엔 안 보일지 몰라도, 나만의 작은 로망이 만들어낸 특별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 빛은 내일, 모레, 또 다른 날에도 이어진다.

그래서 매번 발레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끝으로 살짝 떠 있는 기분을 기억하며 걸어간다.
솔직히 말하면, 발끝으로 서서 약간 요정의 기분 느끼는 게 생각보다 너무 재밌다.



오늘, 찰칵 #2 초보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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