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들이 찧고 까불며 인간을 희롱하다
<2020년 3월 현재, 팬더믹 발생>
코로나19 바이러스들이 전 세계로 마구 퍼져 나가면서, 마치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처음 중국 우한시장에서 조금씩 퍼질 때만 해도, 바이러스들은 자신들이 이처럼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린 인간들을 사랑해.
=너무 너무 사랑해. 완전 좋아, 큭큭!
=우리가 먹고살기에 너무 좋은 숙주들이야. 정말 고마워.
=그렇다고 너무 괴롭히지는 마. 그 이유는 잘 알고 있겠지?
=당근. 우리 후손들도 두고두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인간들이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꼴 좀 봐, 큭큭큭!
=죄다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꼭 세상의 종말이라도 맞이한 것 같아.
코로나19 바이러스들은 미치도록 기뻐 날뛰면서 합창을 하였다. 그동안 사스, 조류 독감, 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대비가 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예전처럼 은폐하고 축소하고 허둥대며 초기 대응을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신천지가 펼쳐진 것이었다.
=인간들은 참 이상해, 큭큭!
=그러게 말이야. 왜 모든 사태를 정치적으로만 보려고 드는 걸까?
=자기만 절대적으로 옳다고 착각하는 고질병 때문이지, 뭐.
=힘과 권력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상한 똥고집이 있어서 그래.
=자기들이 잘못해서 사태를 이렇게 키워 놓고, 우리더러 사탄이래, 큭큭큭!
=그래가지고는 우리를 절대로 이길 수 없지.
=암만!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어.
=진짜 주인은 바로 우리야.
바이러스는 정말 미스터리한 존재다. 생물이면서 동시에 무생물이고, 무생물이면서 동시에 생물이다. 꼭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같은 놈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른다고라? 인간들 정말 바보 아냐?
=가장 늦게 지구상에 등장한 것들이 생명의 비밀에 대해 뭘 알겠어, 큭큭!
=우린 생명 진화를 위해서 매우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어.
=생명체 안에 들어가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게 우리의 사명이야, 큭큭!
=우리 덕에 생명체들이 지금처럼 다양하게 진화한 거야. 고마운 줄 알라구.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돌연변이를 감행하겠어.
=암만! 근데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아무데나 함부로 갖다 붙이니 기분이 더럽네.
=무식해서 그래. 하지만 ‘행복 바이러스’처럼 좋은 의미로도 쓰니까 용서해줘.
=우릴 사탄이라고 부른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들도 진짜 한심해.
=그래, 정말로 무식해. 근데 그들도 실은 우릴 닮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하는 짓거리를 보면 우리보다 훨씬 더하다니까, 큭큭!
바이러스들은 이렇게 틈만 나면 모여서 찧고 까불며 키득거렸다. 바이러스는 정말 똑똑하고 영리하다. 제힘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숙주 몸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번식도 하고, 이리저리 조종하며 주인 행세를 하기까지 한다.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재빨리 변신해서 숙주를 갈아타고, 복제를 무한히 반복하기 때문에 죽음도 없다. 그야말로 불사의 존재다.
=인간들은 우릴 보고 코로나라고 부른대.
=몸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뿔들이 왕관처럼 생겼다나, 어쨌다나.
=이름 하나는 제대로 잘 지었네, 큭큭!
=인간들도 우리가 바이러스의 왕이라는 걸 인정한 거야.
=1차 세계대전 때 스페인 독감으로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본때를 보여줬지.
=전쟁터에서 1500만 명 죽었는데,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5천만 명이나 죽었지.
=우리 탓이 아니야. 인간들 몸이 허약해진 데다, 대도시에 너무 많이 모여 산 탓이지.
=우린 오랜 세월 동안 인간들이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왔지.
=인간이 등장한 뒤에도 별 관심이 없었지. 친하게 지내던 좋은 상대들이 많았으니까.
=그 후, 언제부턴가 인간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면서 이상한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지.
=그래서 슬슬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 신천지를 만난 셈이었으니까, 큭큭!
=알고 보니 인간들은 정말 좋은 상대였어. 헛똑똑이들이라서 속이기도 엄청 쉽고.
=고맙게도 계속 자연을 거스르면서 제 무덤을 잘도 파더구만, 큭큭큭!
=전망도 무척 밝아. 환경을 파괴할수록 우리에겐 시장이 점점 더 늘어나니까.
<2020년 6월 현재, 팬더믹 최절정>
전 세계의 하늘과 땅과 바다가 모두 봉쇄되었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사실 인간과 바이러스는 적이 아니었다.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평화로운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환경을 마구 파괴하고, 가축을 집단으로 사육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지?
=돼지 폐 속에 사는 많은 바이러스들 중 하나가 변해서 우리가 된 거야.
=돼지를 집단으로 사육하면서, 돼지들이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날뛰어댔지.
=그중에서 ‘인간과 친한 놈’과 ‘박쥐와 친한 놈’이 붙어먹어서 변종이 된 거지.
=하필이면 왜 그 두 놈이 붙어먹었느냐고?
=그야 우리도 모르지. 사랑에 무슨 이유가 있겠어, 큭큭!
=결과는 대박이었지. 왕관을 쓴 애가 태어났는데, 그게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야.
=돼지는 바람난 바이러스들이 자유롭게 교잡을 하는 러브호텔인 셈이지. 큭큭큭!
=우리는 본래 교잡과 변신에 아주 능해. 생존과 창조의 천재니까.
=숙주 몸속에서 수시로 붙어먹지. 한국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하듯이, 큭큭!
=그래도 우리가 그런 더러운 철새 정치인들보다는 훨씬 깨끗해.
=암만! 우리에겐 위대한 사명이라도 있지만, 그들은 오직 코앞의 이익만 따지니까.
=그렇다고 치사하게 돼지들을 욕해서는 안 돼. 돼지들은 아무 잘못도 없어.
=그동안 살 처분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돼지들의 복수혈전인지도 몰라, 큭큭!
=이번에는 또 왜 박쥐를 건드려서 이 난리를 치는 거냐고. 그 예쁜 박쥐를 왜 먹어.
=아니, 그게 아니고 비밀 연구실에서 몰래 실험하다가 실수로 유출된 거라잖아.
=그래? 만일 그렇다면 우리도 시험관 베이비인 셈이네, 큭큭큭!
코로나19 사태는 시간이 가면 점차 수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독하게 변형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욱 빈번하게, 계절마다 반복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우리가 독종이라고? 아니야. 우린 사실 너무나 착해. 변신에 능할 뿐이지, 큭큭!
=인간들이 변종에 대처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우릴 독종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이렇게 신속하게 퍼진 것도 따지고 보면 글로벌한 시대 덕분이었지, 큭큭큭!
=맞아. 인간들이 정말 지구 곳곳을 엄청나게 이동하더라고.
=이번에 보니까 인간들이 그래도 제법 똑똑하게 대처를 하던데?
=맞아. 특히 코리아가 제일 돋보였지. 세계적인 방역 모범이래, 큭큭!
=다들 코리아를 따라 하느라고 난리도 아니더군.
=이러다가 우리 폭망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다른 행성으로 쫓겨나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절대 없어. 우린 앞으로 쭉 인간들과 함께 살 거야.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 인간들은 정말로 못 말리는 욕심 덩어리들이니까, 큭큭큭!
=무능하고 부패하고 탐욕스런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너무 고마워.
=특히 트럼프와 아베는 무지하고 오만하고 뻔뻔한 언행으로 많은 주목을 끌었지.
=그래서 우리 바이러스들에게 너무나 큰 찬사와 찬양을 받았지, 큭큭!
=공포 바이러스 전파 속도도 볼만하던데. 우리보다 훨씬 더 빨라.
=사람들이 겁을 잔뜩 먹고, 애꿎은 희생양을 찾아 화풀이하면서 이상해지더라고,
=한국에선 미치광이 목사 하나가 빨갱이 정부 탓이라고 사람들을 선동하며 날뛴다고라?
=그동안 예수와 빨갱이를 팔아 재미를 톡톡히 봤는데, 이번에도 한몫 단단히 잡으려나 봐.
=우 와, 그 목사님 너무나 존경스럽다. 우리가 빨리 대마왕으로 모셔야겠는걸, 큭큭큭!
<2020년 10월 현재, 진정돼 가던 팬더믹 부활>
코로나19 사태가 몇몇 나라만 빼고는 뚜렷하게 진정되어 가다가, 최근에 다시 확산하고 있다. 지난 봄과 같은 대 유행의 조짐이 뚜렷하다. 백신개발 소식도 요원하기만 하다.
이번 사태는 전 인류에게 커다란 상처와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인류는 이제 글로벌 위험사회에 확실하게 들어섰으며, 바이러스 폭풍시대를 잘 대처하지 않으면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사람들이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이에, 한바탕 신나게 잔치를 벌였던 바이러스들 중 일부는 변종이 되어 재 유행을 주도하고 있고, 일부는 떠나면서 소름 끼치는 작별인사를 전했다.
=우리가 너무나 사랑한 인간 숙주들아, 잘 있어! 바이, 바이!
=그동안 고마웠어. 더 멋진 모습으로 찾아올게! 씨 유 어갠!
=당근 또 만나야지.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큭큭! 위 윌 비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