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벼락을 맞아 바짝 쪼그라든 국회의사당
어느 화창한 대낮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의 하늘에서 때 아닌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기 시작하였다. 비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벼락은 연신 국회의사당의 하늘색 돔 지붕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벼락 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광경에 다들 숨을 죽였다.
=이게, 웬 마른하늘의 날벼락인가!
천둥 번개는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이나 계속되다가 그쳤다. 그 직후에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소 그토록 오만하고 위압적이며, 세계 못난이 국회의사당 대회가 있다면 1등을 하고도 남을 만큼 꼴사나운 모습을 자랑하던 거대한 건물이 1/100 정도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꼭 미니어처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대경실색하여 할 말을 잃었다. 입을 하도 크게 벌려서 다들 턱이 빠질 정도였다.
=원, 세상에! 이렇게 황당하고 해괴망측한 일이 다 있나!
이 일은 즉각 청와대에 보고되었다. 대통령 이하 전 공무원 그리고 군부대는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중무장한 대테러 요원들이 자그마한 국회의사당 주변을 둘러싼 채 삼엄하게 경비를 하였다. 방송사들도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번 사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국민들도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다들 멘붕에 빠졌다. 외신들은 이 놀라운 사태를 급히 전 세계로 타전하였다.
평소 거친 욕설과 싸움질로 유명한 한국 국회의사당, 벼락에 맞아 바짝 쪼그라들다!
문제는 모든 국회의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사사건건트집을 잡으며 싸우느라고 오랫동안 의사당을 비웠는데, 이 날은 중대한 표결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사이좋게 전원 참석을 했다가 이런 변을 당한 것이었다. 국회의원 제도를 세습화하기 위한 이상한 법을 만장일치로 몰래 통과시키려던 참이었다.
=아니, 그런 황당무계한 법을 통과시키려고 했단 말이야?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천벌을 받고도 남지, 암만!
끔찍한 재난을 당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동정론이 즉시 싸늘하게 돌아섰다.
어쨌거나 곧바로 구출작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건물이 줄어들면서 창문과 출입구가 모두 막혀서 구출해 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정밀진단에 의하면, 벼락을 맞으면서 건물 전체가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져서, 현재의 기술로는 구멍을 뚫거나 절단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들에게까지 자문을 의뢰했지만, 그들도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말 그대로 구제불능인 상황이었다.
우선 내부 상황과 갇힌 사람들의 안전 여부를 살피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전화와 핸드폰은 물론 모든 전자기기가 다 망가져서 소통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구조요원들이 건물 외벽을 세밀하게 조사한 끝에, 실금처럼 가느다란 틈새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안에서 뭐라고 외치는 모기소리만한 소리를 겨우 감지해 냈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서, 틈새에다 초고성능 증폭기를 설치하고서야 가까스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자신들이 봉쇄됐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콩알만큼 작아진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다만 날벼락의 충격으로 몸살이 나서 다들 의사당 바닥에 드러누워 있으며,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전원 무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구출해 달라고 호통을 쳤다.
뭐? 의사당 건물이 1/100로 작아졌다고? 말 같지 않은 소리 좀 작작해라!
그런 터무니없는 비방과 음해를 퍼뜨리는 놈들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우리를 이렇게 가둬놓은 뒤에 국가를 전복하려는 불온세력들의 테러 음모다!
신성한 국회를 모독하고 뒤엎으려는 놈들은 끝까지 추적해서 그 책임을 묻겠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절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좁은 틈새로 공급되는 공기와 음식으로 겨우 연명을 하면서도, 평소의 권위와 체면과 소신과 투쟁심을 조금도 잃지 않고 열심히 티격태격하면서 법안을 처리하였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의안을 끊임없이 외부로 전달했다.
우리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다.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입법기관인 우리를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
우리를 가두고 조롱하는 건 삼권분립에도 어긋나고, 국기를 흔드는 반국가 행위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 각 단체 대표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구제불능인 국회를 대체할 비상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 기회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의원 제도를 없애고, 좀 더 효율적이고 참신한 방법을 찾기로 뜻을 모았다.
꼬마 국회의사당 일대는 이를 구경하려는 인파가 연일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대테러 요원들은 경비를 하느라 엄청나게 곤욕을 치렀다. 아무리 삼엄하게 경비를 해도, 새들은 무심하게 날아가면서 똥을 미사일처럼 정확하게 갈겼다. 그리고 밤이면 샛강 부근에 사는 너구리가 포위망을 뚫고 들어와서 놀고, 들개들도 몰래 기어 들어와서 오줌을 싸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