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갭투자

영혼마저 갭투자했던 인간에 대한 신의 준엄한 심판

by 김혁

신앙심 깊기로 소문난 사람이 열심히 살다가 죽었다.

그는 심판을 받기 위해 다른 영혼들과 함께 길게 줄을 섰다. 기다리는 동안, 그는 자신의 일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면서, 남한테 크게 손가락질을 받거나 남을 특별히 부러워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약간의 후회와 회한은 있었지만, 그래도 큰 잘못과 죄를 저지르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온 데 대해 신에게 감사했다.

그는 곧 신으로부터 크게 칭찬을 받고 천국으로 직행할 것을 굳게 믿었다. 평생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 새삼 다행스럽고도 자랑스러웠다. 주변에서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불쌍한 영혼들을 보면서, 가슴이 더욱 뿌듯해져 왔다.

한 가지 불안한 것은, 신이 뒤통수를 잘 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엉뚱한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지금도 앞줄에서 천국행 판결을 받고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들은 대부분 예상과 달리 허름하고 초라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처럼 신앙심 깊은 사람이 천국을 못가면 누가 가랴’하는 생각으로 큰 위안을 삼았다.

이윽고 그는 눈부시게 빛나는 신 앞에 섰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판결을 기다렸다. 천국이 곧 눈앞에 다가오는 듯하였다. 하지만 엄숙한 표정으로 그의 일생을 살펴본 신은 손가락을 저 아래로 가리켰다.

“지옥행!”

순간, 그는 뒤통수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옥이라니?’ 그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멘붕에 빠진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쥐어짜서 하소연을 했다.

“신이시여! 다시 한 번 살펴봐 주시옵소서.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잘못되었다고?”

“네. 저는 평생을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당신을 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큰 죄를 짓거나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나름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그건 나도 인정하노라.”

“그런데 제가 왜 지옥으로 가야 합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잘 좀 살펴봐 주십시오.”

신은 다시 한 번 그의 일생을 재빨리 살펴본 뒤 말했다.

“너는 살아있을 때 큰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도 많이 하지는 않았구나.”

“그렇습니다.”

“특히 너는 갭투자로 집을 많이 사고팔고 해서 엄청나게 큰돈을 벌었구나.”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다 합법적인 사업이었습니다.”

“합법적인 사업이었다고?”

“네. 그리고 저만 그런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한때는 정부 당국자들도 적극 권장을 했고요. 그게 무슨 죄가 된단 말입니까?”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그로 인해 집값이 엄청나게 많이 오르고, 집 없는 서민들이 죽거나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받은 건 정녕 모른단 말이더냐?”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세금을 한 푼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다 냈습니다.”

“그래봤자 갭투자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겠지.”

“---그렇습니다.”

“너희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런 궁리 따위는 아예 하지도 않고,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공동체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 묵묵히 참고 견딘 자들도 많았건만.”

“그렇게 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갭투자로 인해 주택경기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긴 불황에서 벗어나게 한 공로도 조금은 있습니다.”

“그거야 집을 여러 채 가진 자들끼리의 불공정하고 탐욕스런 게임일 뿐이지 않느냐. 그 결과 부동산 광풍으로 온 나라가 저리도 몸살을 심하게 앓고, 사회 초년생인 새파란 젊은이들조차 패닉 바잉과 영끌을 하는 사태까지 초래하지 않았더냐?”

“잘못은 솔직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죄를 물으시려면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저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관료들에게 물으셔야지, 저 같이 힘없는 사람에게 물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죽음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듯이, 죄 앞에서도 만인이 공평한 법이니라.”

“신이시여!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평생 당신만을 열심히 믿고 따르며 살았습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노라.”

“그리고 다른 어떤 신자보다도 훨씬 많은 헌금을 바쳤습니다. 아니, 수입의 대부분을 당신께 바쳤습니다. 부디 그 공덕을 좀 헤아려 주십시오.”

“하지만 그 또한 투기가 아니었더냐? 즉 헌금으로 천국을 사겠다는 속셈이 아니었더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가난하고 집 없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짜서 번 천박하고 추악한 돈으로 나의 마음을 사고, 또 천국을 사려고 했다니, 그것이야말로 진짜 영혼의 갭투자가 아니고 무엇이더냐?”

“제발 저의 진심을 헤아려 주시옵고, 한 번만 은총을 베풀어---.”

“딴 말 할 것 없다! 모든 죄 중에서 영혼의 갭투자가 가장 큰 죄이니라!”

“------.”

“그리고 너희가 바친 그런 헌금이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가지 않고, 대부분 부패하고 사악하고 교활한 목사들 호주머니를 채우는데 쓰인 것을 정녕 몰랐단 말이더냐?”

“------.”

“지옥행!”

신은 단호하게 판결하였다. 그는 아득한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비로소 신과 인간 사이에 가로놓인 너무나도 깊고 커다란 갭을 느꼈다. 신은 역시 뒤통수 치기의 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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