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반란

병든 교육은 독재보다도 훨씬 더 나쁘다.

by 김혁

어느 목장에 수백 마리의 양과 염소가 오순도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목동은 용감하고 믿음직한 사냥개 한 마리와 함께 양과 염소 떼를 성실하게 보살폈다. 그는 매우 부지런하여 목장 주변을 끊임없이 순찰하며 감시하였다. 울타리도 튼튼하게 만들었고, 허물어진 곳도 수시로 손을 보았다. 그리고 평소 양과 염소 떼를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늑대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심하고 지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목장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목동은 아주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과 관습을 철저하게 지키며 양과 염소들을 기르고 관리했다. 시장 상인들이 요구하는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고분고분한 태도만 가지고 값을 매기고, 서열대로 줄서기를 강요했다. 그 밖의 다른 가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목장에서 불어오는 이런저런 새로운 평가 방식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양과 염소들은 하루하루 꽉 짜여진 생활 이외에 자유라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정해진 규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라치면 곧바로 호통과 매질이 날아왔다. 그리고 풀밭의 풀이 풍족하지 못해서 늘 동료들끼리 먹이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양과 염소들 사이에 나날이 불만이 쌓여갔다. 하지만 아무리 불만이 쌓여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양과 염소 떼 중에는 크고 힘이 센 우두머리가 한 마리 있었다.

그 우두머리 염소는 목동으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았으며, 이런저런 명령과 지시를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양과 염소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고분고분하게 잘 따랐다. 먹고 자고 쉬고 움직이고 하는 모든 행동이 일사불란했다. 그래서 수백 마리의 양과 염소 떼는 마치 한 마리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 어느 날, 우두머리 염소가 갑자기 사라졌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늑대가 물어간 것도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틀에 박힌 생활과 자신의 역할에 회의를 느끼던 중, 목동과 늑대가 은밀하게 거래하는 걸 목격한 뒤로 뿔을 날카롭게 갈며 탈출 기회를 엿보다 드디어 울타리를 뛰어 넘어 멀리 도망친 것이었다.

평화롭던 목장은 발칵 뒤집혔다. 졸지에 우두머리를 잃은 양과 염소들은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별일 아니니 조금도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마라!”

“너희 우두머리는 잠시 바깥 구경을 한 뒤 곧 돌아온다!”

나이든 목동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 몹시 당황하였다. 그는 양과 염소들을 안심시킨 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남아 있는 양과 염소 떼보다 사라진 한 마리 우두머리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람은 조기에 차단해야 했다. 아직 자유가 뭔지도 모르는 양과 염소들마저 물들면 정말로 큰일이었다.

목동은 즉시 사냥개를 데리고 사라진 염소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숲 속을 해매고 다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사냥개나 늑대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암벽위의 가파른 곳으로 도망친 것 같았다. 그곳은 오래전부터 야생 염소와 양들의 해방구였다.

허탕을 치고 돌아온 목동은 우두머리 염소가 심각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서 외딴 곳에 격리 수용했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남아 있는 양과 염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더욱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했다.

“바깥세상은 하루하루가 끔찍한 전쟁터요 지옥이다!”

“너희들도 바깥에 나갔다간 우두머리 염소처럼 정신 이상이 된다!”

“이곳이야말로 너희들의 천국이니, 다른 곳은 아예 꿈도 꾸지 마라!”

하지만 어느새 늑대들마저 두려워할 정도로 늠름하게 자란 우두머리 염소의 힘찬 외침소리가 수시로 바람결에 들려왔다.

“더 이상 속지 말고 탈출하라!”

“너희만의 해방구로 탈출하라!”

그럴 때마다 양과 염소들은 난생 처음 맛보는 흥분과 설렘으로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날 밤이면 몇 마리씩 은밀하게 자취를 감췄고, 마침내 목장은 텅 비게 되었다. 튼튼한 울타리 아래로 그들만의 비밀 탈출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목동은 늑대와 손을 잡고 도망간 양과 염소 떼를 잡는 일에 몰두하면서, 틈틈이 다른 목장의 양과 염소를 약탈하다가 발각되어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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