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떤 순간에라도
벚꽃이 가득 차오른 날이다.
조금 갑작스러울 만큼 난데없이, 퇴근길에 갑자기 그렇게 깨달아버린 것이다.
아침까지도 깨닫지 못하다가 오후가 되어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였다. 햇살에 가득 반짝임이 느껴져 하늘을 보았더니, 햇살보다도 꽃잎이 눈부신 것을.
그러자 어쩐지 새로운 아침을 맞은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이런 날은 좀처럼 만날 수 없어 그대로 소풍을 나서본다.
어디로 가볼까? 날이 풀렸다지만 아직은 낯선 사람처럼 새침한 듯한 초봄의 바람, 어딘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 창밖에 벚꽃이 보인다면 단 한그루뿐이라도 좋았다. 그런 카페를 찾아 우선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좀처럼 그런 곳이 보이지 않는다. 소풍은커녕 버스는 점점 집과 가까워진다.
다만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고 있을 때
길가에 떨어진 꽃잎들이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발목 근처로 흩날리다 다시 떨어진다.
카페를 찾던 시선이 어쩐지 그 풍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차벨을 눌렀다. 거의 정류장에 도착해서 누른 바람에 일찍 벨을 눌러야 할 거 아니냐며 버스기사가 핀잔을 주었다. 죄송한 일이었지만 설레는 기분을 조금도 덮지 못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벚꽃이 아니라 노을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하다.
버스에 탈 때만 해도 이쪽에서 저쪽까지 온통 새파랗던 하늘에 이제 노을이 섞이고 있어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렵다.
지평선을 따라 깔린 부드러운 베이지색.
그리고 조금씩 위로 올라갈수록 하얗게 빛이 바랜다.
결국 정수리 바로 위에 다다라서는 비로소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다. 그런 하늘.
창밖에 기대하던 벚꽃은 없지만 무성한 나뭇가지에 아직 연두색의 어리고 작은 잎사귀들이 있다. 하늘과 비슷한 색의 강이 있다. 멀리 보이는 건너편 뭍의 낮은 숲만이 하늘과 강을 구분 짓는 경계였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물결무늬 위로 윤슬이 반짝인다. 하늘과 강 사이를 가르는 숲 뒤로 해가 숨으면서 그 빛은 조금씩 힘을 잃는다. 마침내 짙은 주황색의 동그라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설레던 오후는 일몰로 끝났다.
... 그런가 싶을 때 창 밖에 갑자기 또 반짝이는 것이 있다.
창문 가장자리에 작은 벚나무가 있다. 햇빛과 강의 윤슬에 가려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약간은 앙상한 줄기와 가지가 그제야 빛을 낸다. 그늘에 선 듯이 살짝 어둡지만 분명한 벚꽃색을. 아, 그렇구나.
새로운 아침을 받은 마음으로 소풍을 나섰고 그 소풍은 일몰로써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제 새까만 하늘 아래, 연분홍색 벚꽃으로 또다시 설레는 소풍의 시간이다.
실로 아름다운 계절, 만물이 그토록 축복하고 기다릴만한,
'봄'의 소풍.
'벚나무는 어디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