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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Oct 09. 2023

천식에 걸린 고양이

덩치만 큰 둘째의 지병


우리 집 둘째 모모는 누가 봐도 우량아다. 6.8kg에 풍채도 좋은 편이라 그냥 봐서는 엄청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하드웨어만 멀쩡한 약골이다. 종합백신을 꾸준히 맞는데도 면역력이 영 별로인지 작년 초에는 파보 바이러스에 걸려서 집사의 성과급을 일주일간 입원 치료비로 탕진했고, 그 이후로 종종 쇳소리 나는 기침을 해서 일 년에 한 번 폐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세 번째 촬영을 해보니 점점 폐에 하얗게 나오는 부분이 늘었다고 항염제를 처방받았다. 지난번에도 세 달쯤 약을 먹이고 좀 나아졌나 했는데 더 악화된 걸로 봐선 계속(아마 평생) 먹여야 될 것 같다고 한다.



엄마 여긴 어디야?
병원에서도 쫄지 않는 녀석


알약을 먹이려면 싫다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억지로 입을 벌려서 목구멍에 알약을 던져 넣어야 하는데 모모처럼 순한 녀석도 자주 약을 먹이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알약을 입안에 넣기만 하고 삼키는 걸 확인하지 않으면 기가 막히게 뱉어내기 때문에 고양이 6마리의 병수발을 들어본 나름 베테랑 집사에게도 약 먹이는 건...


그래도 요즘은 필건을 사용해서 약을 먹이니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긴 하다. 이걸 왜 이제야 알았지. 이번 처방은 작은 알약 1/2개를 일주일에 한 번 먹이는 거라 집사도 고양이도 약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어 다행이다.



입구를 찢어서 그 안에 알약을 넣어 섞어줌


알약이 작아서 간식에 섞어 주니 뭔지도 모르고 날름 받아먹는 녀석. 우리 집은 매일 오후 5시쯤 고양이들에게 다 간식을 주는데 모모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 수 없게 토요일 간식시간에 모모 간식에만 알약은 톡 넣었다. 나 좀 천재인 듯. (고양이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머리를 쥐어짜야 하다니)  


천식 환자에게는 깨끗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온 집안이 털 천지라 고양이와 집사의 건강을 위해 청소도 더 자주 하기로 했다. 고양이 세 마리랑 살다 보니 매일 쓸어도 어디선가 자꾸 나오는 털들은 어쩔 수가 없다. 사서 한 번도 안 입고 옷장에 넣어둔 까만색 재킷에도 하얀 털이 묻은 걸 보니 그냥 공기에 털이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환기라도 자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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