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인가..
프랑스도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올랐다. 매주 장을 보는 일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도맡아서 하다 보니 자주 가는 까르푸 캐시백 이벤트를 찾는 것도, 마켓에서 저렴하고 질 좋은 야채나 과일을 사는 것도 남편 몫이다. 그래서 내가 일주일 식단을 대충 짜면 남편이 재료를 구매하거나, 남편이 핫딜을 발견하면 거기에 맞는 레시피를 내가 찾는 식이다.
지난 주말에 유기농 마트에 갔다가 남편이 닭이 싸다길래 오오오!! 신난다 이러면서 두 마리나 집어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남편 하는 말이, 이게 닭인데 닭이 아니란다. 뭔 소리야..
보통 우리가 먹는 닭, 그러니까 치킨은 poulet라고 하는데 이번에 우리가 산 것은 poule이었다. 사전에 돌려보니 poulet 영계, 식용 닭 / poule 암탉이라고 나왔다. 아냐 뭔가 이걸로는 정보가 부족해. 구글에 poule과 poulet의 차이를 영어로 다시 검색해 보니 Poule 은 더 이상 계란을 낳지 않는 암탉으로 일반 식용 닭에 비해 질기니 냄비에 넣고 '아주 오래' 또는 압력솥에 조리해야 된다고 한다.
프랑스 마트에서는 한국보다 다양한 종류의 닭을 찾을 수 있는데,
초원에서 방목한 프랑스에서도 최고로 치는 브레스 치킨 (Poulet de Bresse, 마리당 4kg 정도 나가고 가격은 50유로 정도), 일반적인 Poulet 도 Bio(유기농) 따로 있고 옥수수를 먹여 키운 노란 닭과 밀과 곡류를 먹여 키운 하얀 닭이 있다. 일반적인 닭도 한국보다 좀 큰 느낌인데 (1.5kg 정도) 무게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한 마리에 10유로 정도 한다.
그 와중에 유기농 마트 프로모션 코너에서 닭 한 마리에 4유로도 안 하는 걸 보았으니 눈이 뒤집힌 것이다. 그 닭이 그 닭은 아니었는데.. 엄마한테 이 닭 얘기를 했더니 이런 건 노계라고 칠성시장(대구)에서 예전에 팔았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닭은 보통 고기의 식감이 중요하지 않은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흘러들어 가고 일반 마트에는 잘 안 풀린다고 하던데 우리가 딱 걸렸다.
구이에는 적합하지 않고 오래오래 고아야 되는 닭이라 백숙이나 할까? 하고 한 시간 정도 고았는데 고기가 여전히 질겼다. 그래도 국물맛은 좋아서 닭죽은 맛있었다. 한 마리가 더 남았는데 이걸 한 세 시간 끓여봐야겠다. 다시는 안 사야지.. 닭 값보다 끓이는 전기세가 더 나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