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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10. 2022

시댁 식구들의 방문

여기 살기 어때..?



남편은 남쪽에서 왔다. 프랑스 인치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남쪽 사람들의 부심은 장난 아니다. 그는 마르세유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의 고향에서 조금만 나가면 생트로페도 칸에도 쉽게 갈 수 있다. 보통은 사람들이 물어보면 마르세유에서 왔다고 하는 편.


프랑스 남부 해안선을 따라가면 지중해를 끼고 있는 정말 예쁜 도시들이 많고 내륙으로 들어가면 그 유명한 라벤더 필드가 끝도 없이 펼쳐진 발랑솔을 지날 수 있어서 프랑스 사람들도 여름휴가철이 되면 남쪽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여름이 되면 어느 도시고 할 것 없이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어깨가 으쓱. “우리 고향이 이렇게 좋은 곳이라고요”


6월의 발랑솔. 라벤더는 피기 전이고 고구마 밭이다
발랑솔 근처 작은 마을 무스티에 생마리


몇 년 전 시댁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흐리고 찬바람이 쌩쌩 불던 파리에서 검은색을 주로 입는 창백한 파리지앵만 보다가, TGV를 타고 남부로 내려왔더니 뜨겁게 내려쬐는 햇살이며 원색의 옷을 입고 다니는 갈색으로 태닝 한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라니! 느긋하고 상냥한 (파리보다는 상냥한 듯) 사람들의 태도에 그만 파리에서 가라앉았던 기분이 확 업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게 파리 가지 말자고 했잖아요. 사람 많고 북적거리고 칙칙한데 거길 왜가” “아니 그래도 프랑스에 왔으면 파리는 가봐야지! 근데 남쪽이 진짜 좋긴 좋네”


시어머니가 퇴근하길 기다리던 동네 카페에서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동네지만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남프랑스 소도시


당연하죠.
Côte d’Azur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에요.


로제 와인과 프로방스의 허브로 만든 향긋한 비누들, 그리고 어딜 가도 있는 록시땅까지. 거기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해안가. 어느 도시를 들러도 따뜻하고 활기찬 느낌이 든다.


생트로페 요트 선착장
생트로페의 어느 골목


그렇다. 이 남부 부심 넘치는 코트다쥐르의 시댁 식구들이 이 촌동네에 방문한 것이다. 우릴 보러 굳이 온 건 아니고 리옹에서 콘서트가 있어 겸사겸사 들린 건데 시어머니, 시어머니의 남자 친구, 시동생, 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 이렇게 4명이 왔다.


3년 만에 시댁 식구들이 모이는 거라 잔뜩 들뜬 남편과 함께 토요일 아침부터 샹베리 마켓에 들러 맛있는 살구와 체리, 멜론 그리고 바비큐를 할 고기를 좀 사고 아껴뒀던 초밥용 쌀로 밥도 했다.


항상 우리를 배불리 먹이셨던 시어머니


바비큐 그릴에 삼겹살을 바삭하게 굽고 멜론을 자르고, 갓 지은 쌀밥을 곁들여 배부르게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간 근황을 공유했는데 프랑스 회사 생활은 어떤지, 갑자기 이렇게 시골에 와서 살기는 괜찮냐고 (동네에 하나뿐인 우체국은 하루에 3시간만 영업을 한다) 프랑스인들한테도 이 동네는 어나더 레벨이라며 걱정을 하시길래, “에이 괜찮아요. 기회 될 때 이렇게 한번 살아보는 거죠!”했다. 사실 불편함을 베이스로 깔고 지내다 보니 모든 것이 그러려니..


그러고는 소화도 시킬 겸 남편과 시동생, 시어머니는 자전거를 타러 동네를 둘러보러 나가고 집에 남은 사람들은 마당 의자에 누워서 각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쿨한 우리 사이.


그리고 우릴 지켜보는 너


시댁에서 주말에 놀러 온다고 했더니 프랑스에서도 고부갈등이 있다며(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라고), 너 괜찮겠어? 라며 걱정스럽게 묻던 동료들. 뭘 자주 봐야 갈등이 있지 3년 만에 봤는데 뭐가 있을 리가.


내일이면 다들 코트다쥐르로 돌아갈 예정이라 오늘 저녁에는 남부의 로제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나   나눠야겠다. 시댁 식구들이 다들 양반이라 말도  되는 일을 겪은 적이 없는 나는  받았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우리 엄마  이상한데 내가  커버 치는 거야라던 남편.  너네 엄마한테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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