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or 플리마켓?
한국에서는 악착같이 분리수거를 했었다. 아파트마다 기준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던 곳은 좀 깐깐하게 보던 편이라 분리수거 하는 날은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었다. 무슨 플라스틱 배달용기까지 씻어서 버리냐고 투덜거리던 남편.
프랑스에서도 분리수거를 하기는 하는데 한국처럼 그렇게 철저 하지는 않다. 일단 이걸 했는지 안했는지 감시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종이, 병, 플라스틱, 그 외 쓰레기 이정도라 한국에서처럼 플라스틱 통을 씻어서 분리 배출한다던지, 비닐은 따로 모은다던지 할 필요가 없다. 음식물 쓰레기도 그냥 쓰기통에 넣어서 배출 하면 끝. 덕분에 남편은 가장 싫어하던 매일 저녁 음식물 쓰레기버리는 업무에서 해방되었고, 대신 한 통에 다 넣다보니 냄새가 나서 쓰레기를 자주 비우게 되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에서 지낼 때도, 메종으로 이사와서도 한참을 쓰레기통 수거함을 찾아 헤맸다. 보통 큰 건물에는 지하나 주차장쪽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쓰레기 수거함과 분리수거함이 있고, 메종이 모여있는 곳에는 동네 구석진 곳에 수거함이 있어서 쓰레기를 버리려면 보통 차를 타고 나가야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차를 타고 나가야 된다니.. 이래서 거리가 깨끗한가 싶기도 하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깨끗한 것일수도 있다)
참, 쓰레기 봉투는 한국에서처럼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동네 마트에 가면 살 수 있다.
어제 저녁에도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이 동네에 새로 이사온 듯한 사람을 만났다. 차에서 우릴 불러 세우더니 쓰레기 수거함이 어디있는지 아냐고 묻길래 완전 빵터진 우리. 하긴 이 동네에 쓰레기 수거함 찾기가 쉽지 않지.
이 쓰레기 수거함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이라면(공용 쓰레기통은 입구가 좀 작다) 데셰트리라는 쓰레기 수거장에 미리 연락해서 허가를 받고, 차에 싣고 가서 버리는 방법도 있다. 또 한국에서처럼 대형 쓰레기는 구청에 신고를 하고 스티커를 붙여서 내놓는 방식도 있다. 승용차에 싣지 못할 정도로 큰 쓰레기는 이렇게 처리한다고 하는데 (코뮨마다 방법이 다르다고 함) 이건 아직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날씨가 참 좋았던 지난 주말, 이사박스를 차곡차곡 접어서 차에 싣고 데셰트리에 버리러 갔더니 직원 아저씨가 이렇게 좋은 날 해변으로 안가고 데셰트리로 오다니 대체 무슨일이냐며 껄껄. 아이고, 저희가 이제 막 이사를 와서 박스가 너무 많아서요 허허허. (그리고 가장 가까운 해변은 500km 밖에 있을텐데요..)
한국에서는 쓸만한데 잘 안쓰는 물건은 당근으로 처리하거나 기부했었는데, 프랑스에도 그런 앱이 있긴 하지만 우리동네처럼 코뮨 인구가 1000명도 안되는 인구밀집도가 극히 낮은 곳이라면 글쎄.. 비싼거면 몰라도 10유로도 안하는걸 들고 가서 팔기도 귀찮고 사는 사람도 가지러 올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 주변 동네에는 주기적으로 플리마켓(브호캉트 brocante)이 열린다. 워낙 할게 없는 곳이라 우리는 주말마다 마르쉐(보통 파머스 마켓)나 브호캉트를 찾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브호캉트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참가하는 비용이 얼마되지 않아서 언젠가 한번 셀러로 나가볼까 싶기도 하다. Yenne 에 살 때 열렸던 브호캉트는 쓰레기장 같았는데(저걸 돈주고 산다고??) 우리집에 안쓰는 물건들은 거의 새것수준이라 들고나가면 백화점 느낌날 것 같다. 그때는 한국에서 이고지고 온 소품이나 옷같은걸 정리할 수 있겠지? 리옹이나 안시처럼 큰도시는 장인들이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다고 하니 한번 날잡아서 가봐야겠다.
프랑스의 플리마켓 일정을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 : https://vide-grenier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