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사이트의 호된 신고식
Vinted라는 앱이 있다. 국내의 중고나라 같은 곳인데 유럽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안 쓰는 물건을 처분하거나 중고 아이템을 사기 좋은 곳이다.
한국에서는 잘 안 입는 옷은 당근이나 sns 마켓으로 정리했었는데 프랑스에 와서는 새로 앱 가입하기도 귀찮고 불어도 잘 못하고 해서 주말에 브호캉트(벼룩시장)에 들고나가볼까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 사는 동네에서는 팔릴 것 같지도 않고 리옹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아서 택배로 편하게 한번 팔아볼까 하고 결국 Vinted에 가입하고 첫 번째 옷을 등록했다.
옷을 올리자마자 띠로링! 하고 메시지가 와서 보니 어떤 사람이 내 옷이 마음에 든다고 사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구매하기 버튼에서 에러가 뜬다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는 것. *red flag 1*
vinted가 처음이었던 나는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알려줬는데 전형적인 사기꾼들의 행태였던 것이다.
1. 구매자에게 email 주소를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대답은 절대 NO. email 주소, 폰번호, sns, 이름과 같은 개인정보를 알려줄 필요 없다.
당연하게도 알려줬던 이메일로 구매 확정 메일이 왔고, 돈을 지급받으려면 버튼을 클릭하라고 해서 클릭함.
vinted와 굉장히 흡사하게 만든 이메일이었는데 로고 색상이 미묘하게 달랐고, 보낸 사람 이메일 주소도 나중에 보니 이상했다.
내가 판매를 했는데 구매 확정 메일이 온 것도 이상했고 *red flag 2* 내가 대금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라는 것도 조금 이상했고 *red flag 3* 은행 앱으로 payment 승인 알람이 온 것도 이상했는데 *red flag 4* 심지어 우크라이나 통화인 것도 이상했지만 *red flag 5* 이 모든 이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옷을 판매한다는 것에 흥분해서 홀린 듯이 Next 버튼을 누르면서 나의 신용카드 정보를 전부 다 넘겨주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고 찜찜해서 다시 vinted 공홈에 들어가 보니 그간 대화 한 기록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튄 듯..
2. vinted 앱/웹사이트가 아닌 외부에서 진행하지 말지어다.
찾아보니 나처럼 스캠 당해서 카드번호까지 홀랑 알려준 사람이 또 있었네.. 이 댓글 보고 기겁해서 은행 긴급전화로 대금지급 중지 요청을 하고 카드도 취소한 뒤 재발급 신고를 했다. 의외로 토요일 새벽 1시에 긴급 라인 전화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람.
다음날 아침 은행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첫 번째 트랜잭션은 이미 진행되었지만 다음 트랜잭션은 정지되었다고 한다. 이 사기꾼들이 여러 번 시도한 듯..
한국에서는 스캠이나 피싱, 또 중고나라 사기꾼도 많아서 경계하고 살다가 프랑스는 소매치기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던 순진했던 나.. 몇 날 며칠 이불 킥할 이번 사건은 박제해서 두고두고 경계하기로 한다.
교훈 : 프랑스에서도 사기꾼은 있다.
순간의 삽질로 이메일 새로 파고, 카드 재발급하는 나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