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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Aug 24. 2022

인사하는데 한 시간

비즈, 그 다정한 의식



코로나가 터지고 유럽에도 확진자가 늘었을 때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증가한 나라들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 여기서는 비즈라고 하는 볼 키스로 안부 인사를 하는데, 뺨에 진짜 뽀뽀를 하는 건 아니고 서로 뺨을 맞대고 입으로 쪽쪽 소리만 낸다. 지역에 따라 한 번~세 번 하는 곳도 있고, 친분에 따라(가족이라던지) 뺨에 진짜 뽀뽀를 할 수도 있어서 눈치껏 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을 만날 때마다 뺨을 대고 비즈로 인사를 하다 보니 호흡기로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퍼졌던 것이다.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는 짖어라 난 내 갈길을 가겠다는 국민성도 한몫했을 테고.


한국에서는 지인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눈인사만 하던 나에게 프랑스의 비즈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 같으면 한 방에 열 명이 있다고 치면 방에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끝났을 것을 프랑스에서는 한 명, 한 명 모두와 눈을 맞추며 비즈를 한다. 열 명이라면 열 명 모두에게. 생각해 보라. 이 열 명이 서로서로 비즈로 인사를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치치와 모모 다정했던 어린시절


흥도 많고 정도 많은 시댁 식구들과 만나면 만나서 인사하는데 한참, '자 집으로 가자!' 하고도 한 명씩 비즈 하고 인사하느라 한참이 걸린다. 나 같은 아웃사이더는 어안이 벙벙.. 우리 언제 집에 가..?  비즈 하고 포옹하고 한참을 이야기 더 하는 시댁 식구들 그리고 또 진짜 안녕!이라고 비즈 무한반복이라 나는 좀 당황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같은 지역에 살아서 매 주말마다 만나서 노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 자주 만나는데 꼭 다시 못 볼 사람들처럼 인사하는 사람들.


일찌감치 모두와 인사를 끝내고 구석에 서있던 나에게 남편은 한참 인사 중인 식구들을 보면서 얘기했다. 사흘 뒤에 만날 건데 쿨하게 '  다음에 보자!' 하고 집에 가면  되냐며.  인사하는데 하세월이 걸리는   짜증 나긴 하는데 비즈는 좋은  같다. 만날  반가움을, 헤어질  아쉬움을 볼을 맞대며 표현하는 의식 자체는 사랑스러우니까.


 빨리 끝내면  좋겠지만 만나고 헤어질  비즈 하는  좋아. 사실    만나서  모르는 자기 식구들이랑도 굉장히 가까워진  같은 기분이 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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