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그 다정한 의식
코로나가 터지고 유럽에도 확진자가 늘었을 때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증가한 나라들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 여기서는 비즈라고 하는 볼 키스로 안부 인사를 하는데, 뺨에 진짜 뽀뽀를 하는 건 아니고 서로 뺨을 맞대고 입으로 쪽쪽 소리만 낸다. 지역에 따라 한 번~세 번 하는 곳도 있고, 친분에 따라(가족이라던지) 뺨에 진짜 뽀뽀를 할 수도 있어서 눈치껏 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을 만날 때마다 뺨을 대고 비즈로 인사를 하다 보니 호흡기로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퍼졌던 것이다.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는 짖어라 난 내 갈길을 가겠다는 국민성도 한몫했을 테고.
한국에서는 지인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눈인사만 하던 나에게 프랑스의 비즈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 같으면 한 방에 열 명이 있다고 치면 방에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끝났을 것을 프랑스에서는 한 명, 한 명 모두와 눈을 맞추며 비즈를 한다. 열 명이라면 열 명 모두에게. 생각해 보라. 이 열 명이 서로서로 비즈로 인사를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흥도 많고 정도 많은 시댁 식구들과 만나면 만나서 인사하는데 한참, '자 집으로 가자!' 하고도 한 명씩 비즈 하고 인사하느라 한참이 걸린다. 나 같은 아웃사이더는 어안이 벙벙.. 우리 언제 집에 가..? 비즈 하고 포옹하고 한참을 이야기 더 하는 시댁 식구들 그리고 또 진짜 안녕!이라고 비즈 무한반복이라 나는 좀 당황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같은 지역에 살아서 매 주말마다 만나서 노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 자주 만나는데 꼭 다시 못 볼 사람들처럼 인사하는 사람들.
일찌감치 모두와 인사를 끝내고 구석에 서있던 나에게 남편은 한참 인사 중인 식구들을 보면서 얘기했다. 사흘 뒤에 만날 건데 쿨하게 '잘 가 다음에 보자!' 하고 집에 가면 안 되냐며. 음 인사하는데 하세월이 걸리는 건 좀 짜증 나긴 하는데 비즈는 좋은 것 같다. 만날 때 반가움을, 헤어질 때 아쉬움을 볼을 맞대며 표현하는 의식 자체는 사랑스러우니까.
좀 빨리 끝내면 더 좋겠지만 만나고 헤어질 때 비즈 하는 건 좋아. 사실 몇 번 안 만나서 잘 모르는 자기 식구들이랑도 굉장히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